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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현장 돋보기] 용서와 화해의 자세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1-07-01 조회수 : 575

[현장 돋보기] 용서와 화해의 자세

장현민 시몬(보도제작부 기자)

2021.07.04 발행 [1620호]



6·25전쟁 발발 71주년을 앞두고 춘천교구 소양로성당을 찾았다. 소양로성당은 전쟁 당시 순교한 ‘하느님의 종’ 앤서니 콜리어 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당이다. 소양로본당 초대 주임이었던 콜리어 신부는 전쟁 발발 이틀 뒤인 27일 인민군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함께 있었던 김경호 가브리엘의 증언을 따르면 콜리어 신부는 총살 직전 김씨를 자신의 몸으로 감싸 대신 총에 맞았다고 한다. 가정이 있는 김씨를 살리기 위한 희생이었다.

콜리어 신부의 순교는 소양로본당은 물론 춘천교구에도 비극적인 일이다. 하지만 비극을 대하는 교구의 모습에서 증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춘천교구는 ‘평화와 사랑의 순례길’을 조성하며 소양로성당을 ‘평화의 길’ 출발점으로 삼았다. 평화의 길은 성당에서 출발해 콜리어 신부 순교지를 지나 신부의 묘소가 있는 죽림동 주교좌성당까지 연결된다. 순례자들은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증오 대신 용서와 화해를 묵상하게 된다.

전쟁 발발 71주년 당일, 교회는 하나 된 목소리로 용서와 화해를 당부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전쟁 당시 한국 교회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용서가 없다면 상처는 계속 깊어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서의 태도가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어떠한 평화의 과정도 시작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56년 봉헌된 소양로성당은 건물 자체에도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 담겨 있다. 성당 건립 기금 대부분은 외국에서 모금해 마련했다. 그 가운데 10분의 1가량은 콜리어 신부의 부모가 기증한 돈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목숨을 잃은 나라임에도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에 망설임 없이 응답한 것이다. 소양로본당 주임 신정호 신부는 “하느님 곁에 계시는 콜리어 신부 역시 우리를 위해 평화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원문보기: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805042&path=20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