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목에 큰 관심, 평화와 사랑 몸소 실천
2020.08.07
■ 최초 한국인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 선종
1988년 평양 장충성당 첫 미사 봉헌
북한동포돕기 ‘한솥밥 한식구’ 앞장
부친 장면 총리-김수환 추기경 인연
김 추기경 서울교구장 때 비서신부
다른 종교와 격의 없이 활발히 소통
최초의 한국인 춘천교구장을 지낸 장익 주교의 선종 소식이 알려지자 춘천 죽림동 주교좌 성당에는 6일부터 추모물결이 이어졌다.조문객들은 지역사회에서 사랑과 평화,겸손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온 고 장 주교의 삶을 반추하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 소탈하고 겸손했던 주교님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진석 추기경이 보낸 조화가 나란히 자리한 죽림동 주교좌 성당에는 6일 아침부터 사제와 평신도,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1998년부터 장 주교와 인연을 가져온 임용순 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은 “학자적 의식과 함께 평신도의 장례식에도 오실만큼 소탈하신 성품을 가졌던 분이었다”고 추억했다.홍기선 죽림동 주교좌성당 주임신부는 “누구보다 많은 학문적 경험을 쌓으신 장익 주교님은 삶의 꽃을 춘천교구에서 피우셨다”며 “은퇴 뒤에도 신자들을 독려하고 누구에게나 자상하게 다가가는 분이셨다”고 했다.장 주교와 미국에서부터 깊은 인연을 가져 온 함제도(제라드 E.해먼드) 신부는 “정파나 종교 등과 상관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아픈 이들을 대했던 형제를 떠나보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김운회 춘천교구장은 “장 주교님은 굉장히 박학하면서 겸손했던 분이었다.첫 한국인 춘천교구장으로 춘천교구 발전을 위한 큰 틀을 마련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했다.
■ 북한에도 평화메시지
장 주교는 춘천교구장 당시 분단교구로서 북한교인들까지 헤아리는 통일사목에 관심을 기울이며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등에 힘썼다.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한삶위원회를 조직,남북이 하나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바티칸 대표단 일원으로 방북,1988년 완공된 평양 장충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이후에도 북한동포돕기 사업 ‘한솥밥 한식구’ 운동을 펼치면서 북강원도에 감자와 구급차,연탄,결핵 백신 등을 전하는데 앞장섰다.장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활동에 대해 “예수님의 염원이었던 ‘모두가 하나되는 것’의 실천을 위해 노력한 것 뿐”이라고 했었다.
20년간 북한 결핵환자를 지원하며 북한을 수십차례 다녀온 함제도 신부는 “장 주교는 북한과 평화,민족화해,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고 전했다.장 주교는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도 높아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을 리모델링 등 유명 성당 건축과 장식 등에 해 왔다.
■ 장면·장익 부자와 김수환 추기경
고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도 남달랐다.인연은 부친인 장면 전 국무총리로 거슬러 올라간다.김 추기경이 동성상업학교를 다닐 때 “황국신민으로서 그 소감을 쓰라”는 문제가 나왔는데,“나는 황국신민이 아님.따라서 소감이 없음”이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이후 김 추기경에게 일본 유학을 추천한 당시 교장이 장면 전 총리다.
장 주교는 사제서품을 받은지 5년 후인 1968년 김수환 당시 서울대교구장의 비서신부로 일했다.이듬 해 김 추기경의 임명 소식이 들렸을 때도 함께였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도 당시 로마에서 공부하던 장 주교가 김 추기경의 공문 등을 바티칸으로 수시로 보내며 방한을 준비했다.김 추기경은 당시에 대해 “내가 장 신부를 하도 요긴하게 부려먹어서 ‘장 신부가 지금 로마에서 공부하는 건 하느님 섭리야’라고 위로한 적이 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 실레마을에서 평신도들과 소통
교황청 종교대화평의회 의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거쳐 2010년 원로주교가 된 그는 법정스님 등 다른 종교 지도자,평신도들과도 격의없이 소통했다.은퇴 후 춘천 실레마을 공소에서 지내왔고,올 들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제들의 급여봉헌에도 동참했었다.
생전에 능통한 외국어로도 명성을 떨쳤다.역관을 했던 조부 장기빈씨의 재능을 물려받아 아랍어,영어,불어,독일어 등 9개 언어를 다룰 수 있었다.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당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도록 도운 역할로 유명하다.요한 바오로 2세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나의 한국인 친구는 잘 계시는가”라며 장 주교의 안부를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밖에 로마에서 한국인 유학생 기숙사를 무료 제공하도록 도왔고,3년간(133주) 성경을 읽는 ‘성서백주간’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신자들의 신앙활동을 북돋는데 힘썼다.
춘천교구는 7일까지 위령미사와 연도를 잇따라 진행한다.장례미사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최소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리며 온라인 생중계가 진행된다.
입관은 8일 오전 8시 30분.장지는 춘천 죽림동 성직자 묘지.빈소는 오전 9시∼밤 10시 방문 가능.연락처 240-6044. 김진형
장익 주교는
△1933년 서울 △경기고 △미국 메리놀대 인문학과 △벨기에 루뱅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대학원 신학과 석사 △국립 대만대 대학원 중문계 수학 △로마 그레고리안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한림대 명예 철학박사 △서울대교구 비서,비서실장 △서강대·가톨릭대 교수 △천주교 춘천교구장 △천주교 함흥교구장 서리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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