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교구가 신학생을 모집한다. 함흥교구 소속 사제 양성은 전적으로 춘천교구의 형제애적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함흥교구 소속 신학생들은 춘천교구 신학생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사제품을 받은 후에는 춘천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하게 된다.
지금은 북녘 땅이고, 실제 사목활동을 할 수 없는 교구 신학생을 모집한다는 것이 의아하긴 하다. 사제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어쩌면 선뜻 나서기가 조금 애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바로 이 성소야말로 선교하는 교회의, 선교사로서 자신을 봉헌하는데에 가장 알맞은 직무일지도 모른다. 북녘 땅에는, 신앙을 드러내놓고 살지는 못하지만 가슴 깊숙이 그 열정을 담고 사는 이가 얼마나 많을지 우리는 모른다. 또는 자신도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께서 믿음의 씨앗을 그들의 가슴 속에 얼마나 큰 섭리로 뿌려놓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갖춰진, 이미 많은 것들을 갖추고 있는 교회 안에서의 사목활동보다, 아무것도 없고, 모든 것이 부족한 그런 땅에서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그런 선교사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함흥교구 사제 지망은 가슴이 뛸 만한 성소일 듯하다.
함흥교구는, 지금은 침묵의 교회이지만 분명히 우리가 회복해야 할 우리의 교회이다.
당연히 현재 소속 교구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함흥교구 신학생으로 지원할 수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젊은이들의 지원이 있을 듯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 젊은이들이, 어른들 눈에는 때로는 가볍게 보일지라도 오히려 더 신앙의 열정을 간직하고 있으며, 사실 어른들보다 더 지혜롭다고 기자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