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 신부가 ‘우두동 총각’된 사연이 글쎄~
2016.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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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범 신부가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신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우두본당은 설립 당시 지은 낡은 조립식건물을 성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임영선 기자 |
지난 9개월 동안 춘천교구 우두본당 주임 이기범 신부는 스무 번이나 주일에 성당을 비웠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이 신부는 한 달에 보통 두세 번은 주일미사 때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 신부를 원망하는 신자는 아무도 없었다.
성당을 비웠을 때 이 신부는 늘 다른 성당에 있었다. 모든 주일 미사에 함께 하며 “우두본당 새 성당 건립을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1999년 설립 당시 패널을 조립해 임시성전을 지은 우두본당은 튼튼한 새 성당을 짓기 위해 신자들이 꾸준히 기도를 바치고 건립 기금을 모았지만, 10여 년이 지나도 새 성당을 지을 형편은 되지 않았다. 주일 미사 참례자가 500명이 채 되지 않고, 60세가 넘는 신자가 대부분이 본당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신부는 고민 끝에 다른 본당 신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대구 성안드레아성당을 시작으로 12월 목포 용당동성당까지 9개월 동안 7개 교구 20개 성당을 방문했다. 한 달에 3개 본당을 방문한 적도 있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강론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 관심을 끌어보려고 기타를 치며 ‘소양강 처녀’를 개사한 ‘우두동 총각’을 목청껏 부르기도 했다.
“춘천에서 왔습니다. 성당 짓겠다고. 주님의 은총을 믿고 십자가를 짊어집니다. 송구한 마음을 갖고 도움 청해요. 여러분이 모른 척하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사랑 찾아 ○○ 내려온 우두동 총각.”
이 신부와 신자들의 간곡한 호소에 신자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한 가난한 어르신은 이 신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아를 치료하려고 모은 100만 원을 봉헌하기도 했고, 노래를 듣고 감동한 한 신자는 ‘소양강 총각’이라는 시를 지어서 이 신부에게 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이 신부가 ‘새 성당 건립 성공’을 기원하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5시간 만에 완주하기도 했다. 이 신부는 “힘들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결승선(성당건립)까지 열심히 달려가자는 메시지를 신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성당이 완공될 때까지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당 신자들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 신자들에게 작은 정성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정성껏 포장한 소금, 시래기 등을 후원자들에게 선물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도 보낸다. 매주 금요일에는 후원자들을 기억하며 감사 미사도 봉헌한다.
이 신부와 신자들은 올해도 최대한 많은 본당을 ‘섭외’해 찾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모금을 허락해주는 본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신부는 “희망을 잃지 않고 새해에도 신자들과 함께 열심히 기도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당은 매달 첫째 주에 성전 건축 진행 상황을 알리는 소식지 ‘새 성전의 꿈’을 발행한다. 후원문의 : 033-244-0028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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