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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구 주보들이 한창 진화 중이다.
단순히 교구 소식과 단체 행사를 알리는 게시판 역할을 넘어 성경 말씀과 교회 가르침을 전하는 선교도구로, 영적도서를 소개하고 성화를 해설해주는 문화창구로, 교리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저마다의 신앙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부 교구에서는 뉴미디어 시대 흐름에 발맞춰 주보 QR코드를 제작,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주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는 도구
광주대교구는 새해 주보부터 '성경 맛들이기'와 '영성의 향기' 면을 신설했다. 교구민들이 주보를 통해 성경 말씀을 쉽게 접하고 이를 생활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 영성의 향기 면에서는 이냐시오 성인이 쓴 「영신수련」을 소개하며 영성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각 교구 주보 편집담당자들이 주보제작에 있어 가장 신경쓰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주보 편집담당자들은 입을 맞춘 듯 "주보가 신자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선교도구로 쓰여야 하고 그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교구 주보들이 주일 복음말씀을 토대로 한 강론 면 이외에도 성경해설, 영성묵상 면을 마련해 놓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인천교구 주보는 '성경풀이' 꼭지로 성경 말씀을 좀 더 알기 쉽게 해설하고, 수원교구 주보는 '희망의 땅 복음으로' 면에서 신약성경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수원주보는 한 주간에 읽을 말씀을 정해주고 묵상과 실천거리를 던져준다.
청주교구 주보는 현재 루카복음 해설을 싣고 있으며, 마산교구 주보는 '성경을 사랑합시다' 면을 통해 마음에 드는 성경구절을 직접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대구대교구 주보는 '영성의 향기'와 '교부들의 지혜' 꼭지를 통해 신자들이 영적 묵상을 하도록 이끈다.
교구들은 또 주보를 교육ㆍ학습지로도 활용한다. 춘천교구 주보는 사회교리를 특집으로 연재 중이며, 전주교구 주보는 교구 내 순교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청주교구 주보는 교회의 빛나는 인물들을 알려주고, 대전교구 주보는 미사 속 궁금증을 풀어준다. 마산교구는 주보를 통해 교구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소통의 장과 문화창구 역할 충실
서울대교구 주보 '말씀의 이삭' 면에 최근 소설가 최인호(베드로)씨 글이 실려 화제다. 암 투병 중인 최씨는 1월 한 달간 말씀의 이삭면을 통해 투병 중에 체험한 하느님을 신자들과 나눌 예정이다. 말씀의 이삭 면에는 각계각층에서 이름을 떨친 가톨릭 신자들 신앙체험기가 실리는데, 반응이 좋다.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말씀의 이삭 면에 실린 글을 모은 책 「슈퍼스타」를 펴내기도 했다.
유명인사들 신앙체험기뿐만 아니라 일반신자들의 진솔한 신앙 이야기도 신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마산교구는 우리이웃 면에서 모범적 신앙생활을 하는 교구민을 소개하고 있고, 대전교구는 '함께하는 이야기마당' 꼭지를 마련해 사제ㆍ수도자ㆍ신자들의 다양한 글을 싣고 있다.
춘천교구도 '열린마당'을 통해 신자들 원고를 받고 있다.
한편 부산교구는 매달 둘째 주 '한마음 한몸' 면을 통해 교구 내 어려운 이웃 사연을 소개하고 성금을 모금하는 등 주보를 나눔실천의 도구로도 사용한다.
이와 함께 주보를 통한 문화 복음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주교구 주보는 '교회미술 산책' 꼭지를 운영 중이고, 의정부교구 주보는 영화를 소개하며 신자들이 복음적 시각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과 인천 등은 교계 서적과 음반, 볼만한 공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신자들에게 더 가까이
각 교구는 보다 많은 신자들이 주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면쇄신에도 적극적이다. 서울대교구와 마산교구는 가독성을 높이고 어르신 신자들을 위해 주보를 A4 크기로 늘렸다. 또 대다수 교구에서 주보를 컬러로 인쇄해 사진이 곁들여진 소식을 좀더 생생히 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주보를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도입한 교구도 눈에 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춘천ㆍ수원ㆍ마산ㆍ부산교구 등이 주보 QR코드를 제작했다.
또 서울과 수원, 부산교구는 음성변환 바코드를 실어 시각장애인들에게 주보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