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밀알일터' 안춘인 원장 수녀와 가족들이 직접 생산한 유정란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에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밀알일터(원장 안춘인 수녀)에는 새벽 동이 틀 때마다 닭들이 힘차게 울어댄다.
장애인들과 함께 2000마리 규모의 양계장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사 직원들에게 닭 울음소리는 희망의 노래다. 지적장애인 7명과 차상위계층 노인 3명이 양계장을 운영하며 생산한 유정란을 판매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이들은 닭을 기르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자립기반을 다지고 있다.
2001년에 문을 연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소속 밀알일터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장애인들에게 노동의 기쁨을 통해 자활의 날개를 달아주는 희망일터다.
안춘인(아타나시아, 성가소비녀회) 원장 수녀는 "장애인들이 양계업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자립할 수 있는 꿈을 키워가는 것이 큰 기쁨"이라며 "장애인들이 자신감이 붙어 다른 기술을 더 배우고 싶어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양계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직원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초창기에 호박도 재배했고, 양초도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나 호박 농사는 2년을 넘기지 못했고, 양초 제작은 전문가 손이 필요해 사업을 접었다.
밀알일터는 2005년 병아리 350마리를 후원받아 양계업에 눈을 돌렸다. 직원들은 기계화되지 않은 자연식 비닐하우스를 직접 설계하는 등 친환경 양계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행착오가 많았다. 비닐하우스 보강 공사를 하는 동안 병아리들이 햇빛에 질식해 모두 죽었는가 하면, 계란이 팔리지 않아 통째로 땅에 묻어버린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여 양계업은 번창했다.
지금은 매달 3만 개의 유정란을 생산한다. 싱싱한 유정란을 생산하기 위해 사료로 사용되는 쑥을 직접 캐고, 쌀겨와 조개껍데기도 갈아 넣는다.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아 무항생제 인증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장애인들이 처음 시작한 양계장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밀알일터 직원들은 요즘 고민이 생겼다. 밀알일터의 '오늘은 싱싱 유정란'(주문 : 033-261-7112)이 입소문을 타 양계업은 번창하고 있지만,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시킬 차량이 부족하다. 박영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38) 팀장은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데도 차량 문제 때문에 고용을 못하고 있다"면서 "집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재가장애인들과 일터에서 노동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밀알일터는 양계업뿐 아니라 문구류 조립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조만간 쿠키도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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