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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평화신문[전교주일 특집] 세례자에게 듣는 '내가 천주교에 입교한 이유'

작성자 : 문화홍보국3 작성일 : 2011-11-10 조회수 : 3494
[전교주일 특집] 세례자에게 듣는 '내가 천주교에 입교한 이유'

'참 괜찮은' 어부, 사람들을 낚는다

▲ 취재를 하며 만난 새 영세자들은 "성실하게 사는 천주교 신자 지인들이 입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모범적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천주교를 권유하면 자연스럽게 선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해 예수 부활 대축일에 서울 삼성산본당에서 세례를 받는 새신자들 모습.


선교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단계별 선교운동으로 효과를 본 본당도 있고, 적극적 거리선교로 많은 영세자를 배출한 본당도 있다. 방법이 워낙 다양해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가장 효과적 선교방법은 선교를 하는 사람보다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더 잘 알 수도 있다. 그들이 입교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알게 되면 그에 맞춰 선교운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주일을 맞아 비교적 최근 세례를 받은 신자들에게 세례를 받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물었다. 대부분이 말하는 결정적 계기는 '주변에 있는 천주교 신자'였다.


 4년 전 세례를 받은 최은실(효주 아녜스, 33)씨는 천주교 신자인 회사 동료 권유로 예비신자 교리반을 찾았다. 그 동료는 최씨에게 종종 천주교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했고, 같이 성당을 가자고 권했다.

 "그 동료가 사람이 참 괜찮았어요. '저런 사람이 믿는 종교라면 믿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세례를 받고 지인들에게 '성당 다니자'고 말한 적은 없어요. 그저 (세례) 전보다 잘 살고, 모범적으로 살려고 신경을 쓰죠. '참 괜찮은 사람'이 천주교 신자라면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천주교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

 동료는 최씨가 세례를 받을 때까지 주일미사에 함께 참례하며 최씨 신앙생활을 이끌었고 대모가 돼줬다. 최씨는 "미사 예식은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다소 어렵다"면서 "적어도 세례를 받을 때까지 옆에서 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예비신자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례를 받은 정용호(헬레나, 72)씨는 1년에 2~3차례 절을 찾던 불교 신자였다. 천주교 신자와 결혼한 아들이 3년 전 세례를 받고 성가정을 이뤘다. 세례 후 틈틈이 정씨 부부에게 입교를 권했던 아들은 지난해 정씨 남편이 많이 아팠을 때 대세를 받을 것을 권유했고, 남편 대세를 계기로 정씨도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했다. 정씨는 8개월 동안 단 한 차례 결석도 하지 않고 교리공부를 했다.

 "막내 아들 가족 모두 성당을 다니며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천주교에 대한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었죠. 성당을 다니면서 느낀 건데, 선교는 내가 (선교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선택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느님 말씀을 따라 착하게 살면 제 모습을 보고 성당을 다니는 사람이 있겠죠."

 한의원 원장인 이용주(암브로시오, 36)씨는 처가 식구들이 모두 천주교 신자였지만 세례를 받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가족들은 꾸준히 입교를 권유했지만 이씨는 늘 웃음으로 무마하며 거부했다.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봄 한의원을 자주 찾던 한 할머니가 이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원장님이 성당에 오시면 참 좋겠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입교를 권유했다.

 "10여 년 동안 가족들 권유를 거절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할머니 말씀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교리반에 나가겠다고 하자 뛸 듯이 기뻐하셨죠.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 같아요."

 이씨는 지난해 성탄 때 세례를 받은 후 본당 빈첸시오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무작정 '예수님 믿으세요. 성당 나오세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큰 선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짝교우 가정은 남편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아녜스(52)씨 가정은 남편만 신앙생활을 하는 보기 드문 외짝교우 가정이었다. 이씨는 남편이 활동하는 레지오 마리애의 부부동반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며 친분을 쌓았고, 마침내 지난 8월 세례를 받았다.

 이씨는 "주변에 성당 다니는 분들이 정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 천주교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면서 "신앙생활을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선교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하며 만난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 권유로 입교를 결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입교를 권유한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보기에 '참 괜찮은 사람,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신앙인으로서 모범적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또 가정방문선교, 거리선교처럼 모르는 사람이 하는 전교활동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 종교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정용호씨는 "아침 저녁으로 집을 찾아와 '예수님 믿으세요' 하는 개신교 신자에게 참다 참다못해 짜증을 내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주씨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사생활이 존중되는 현대사회에 공격적 선교방식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무조건 '교회 나오라'는 식의 일부 개신교인의 강요식 선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강릉 임당동본당에서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운동 '살짝전함'으로 영세자 200여 명을 배출한 김현준(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신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거리선교는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서 결실이 적은 편"이라며 "하느님을 믿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성당으로 이끄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