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장에서 물러나는 장익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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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퇴임을 앞둔 장익 주교는 춘천교구민과 사제단에게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백영민 기자] |
1994년 12월 제6대 춘천교구장으로 착좌, 만 15년 남짓한 시간 동안 춘천교구민들의 목자로 살아온 장익 주교를 9일 교구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신자들과 사제단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한 장 주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표정이 밝았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이의 홀가분한 표정이 아닌 기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15년 동안 춘천교구 신자들의 목자로 사셨는데, 정든 교구청을 떠나는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신자들과 사제단이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큰 과오 없이 교구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미진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늘 기쁜 마음으로 교구장직을 수행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떠납니다.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춘천교구는 지난 15년 동안 양적, 질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는데 특별히 중요시한 분야는.
지역사회와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 노력했습니다. 지난 15년간 사회ㆍ교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맞게 사목을 했어야 했는데 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내실을 강화할 때입니다.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 말씀을 따라 알차고 진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교구장으로 계시면서 유달리 '일치'를 강조하신 이유는.(장 주교 사목표어는 '하나 되게 하소서'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춘천교구는 한국에서 유일한 분단교구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분열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일치하고, 마음을 모아 치유해야 할 상처가 많습니다. 하나 되게 해달라는 말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는 의미입니다. 나와 다르니까 상대방이 틀렸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좀 더 겸허하게 서로를 존중해야 합니다. 말하는 것보다 들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북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신 터라 북녘 동포 돕기에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사니까 베푼다는 생각으로 북녘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북녘 동포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와 한 겨레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북녘 형제들에게 골고루 도움의 손길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남북 정세와 상관없이 남녘에서 먼저 그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합니다. ▲후임 교구장으로 임명되신 김운회 주교님께 어떤 말씀을 해 주시고 싶으신지요.
저도 김 주교님처럼 서울에만 살다가 60살이 넘어 춘천교구에 왔습니다. '고향이 따로 있느냐, 가서 정들면 고향이다'라는 마음으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이곳에서 뼈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김 주교님은 인품이 훌륭하시고 덕이 있으신 분입니다. 저보다 훨씬 친화력이 좋으신 분이 오셔서 (물러나면서) 마음이 편하고 반가울 따름입니다. 춘천교구를 아주 잘 이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많은 신자가 주교님 은퇴 후 계획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춘천교구를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춘천 언저리에 거처를 마련해 고전을 읽으며 생활하고 싶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암벽 등반도 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은 못할 것 같습니다.(웃음) ▲춘천교구 신자들과 사제단이 주교님의 퇴임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노고에 감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목방문을 하면서 신자들을 만나면 순수한 마음으로 꾸밈없이 반겨주셔서 행복했습니다. 강원도 분들은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진심으로 사랑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와 함께 춘천교구를 이끌어 준 사제단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늘 저를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항상 협력해 주셨습니다. 춘천교구에는 좋은 사제들이 많습니다.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김운회 주교님을 도와 춘천교구를 잘 이끌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임영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