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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일보[도민시론┃종교]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이들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5-01-31 조회수 : 432

[도민시론┃종교]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이들


김선류   타대오 신부
김선류   타대오 신부


새해를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어떤 마음과 바람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할까?’ 세상을 사랑과 평화로 채우기에는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묻고, 올 한 해 걸어갈 길을 재단해보고자 합니다.

2025년, 한국 사회에는 국내외로 짙은 어두움이 드리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적으로는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된 국제 정세 속에서 마땅한 길을 찾지 못한 듯하고, 내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이 정치적 격변을 일으키는 가운데, 국민은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 역시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경기 하강이 예상되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경제 지표의 부정적 전망은 침체를 체감하는 서민들의 불안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습니다.

어지럽게 급변하는 현실을 바라보면, 세상을 지키고 변화시킬 힘이 없는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집니다만, 그러다가도 어둠이 결코 가리지 못할 빛의 창을 언제나 열어주는 작은 이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이사 9, 1-6 참조). 빛과 희망, 평화가 절실한 이 어려운 시대에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목소리를 내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며, 타인과 국가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작지만, 선명한 ‘희망의 빛’을 보게 됩니다. 희망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는 것, 평화를 입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도록, 희망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이끌어줍니다.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성 프란치스코 성인에 따르면, ‘평화는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는 사랑의 형태를 통하여 받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평화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사랑의 힘을 믿고, 몸을 일으켜 타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자신의 무력함과 상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작디 작은 존재이지만, 나보다 더 아프고 상처받은 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그들을 위한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아파하는 다른 존재를 사랑할 때, 평화는 ‘우리’ 안에 자리할 것입니다. 그때 삶이 주는 고통과 아픔은 절망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고 사랑을 드러내는 삶의 한 부분이요, 희망을 품는 삶의 여정이 되어줄 것입니다.

성경 속의 하느님께서도 절박한 현실에 아파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응답하시지만 바로 문제를 해결해 주시지는 않습니다. 뚝딱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깊이 깨닫게 해 주십니다. “그대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갈라 4, 7). 그렇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 주시며, 세상의 종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삶의 주인이 되도록 불러 주십니다.

부르심에 응답한 작은 이들은 하나둘 일어나 목소리를 냅니다. 그 외침이 처음에는 미약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변화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합니다. 그 희망은 점차 커져 모든 백성을 비추는 ‘희망의 빛’이 되어 한마음으로 새로운 참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들과 함께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며, 그들의 사랑과 헌신에 무한한 힘과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십니다.

을사년 새해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깊은 어둠으로 가득하고, 우리 자신은 한없이 작게 느껴지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새벽을 여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희망의 빛은 언제나 작은 이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삶에서 피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 삶의 주인공으로서 사랑과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힘 있게 내디딜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기사 원문보기: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9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