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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차 풍수원 성체대회 미사 김운회 루카 주교 강론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0-06-03 조회수 : 6615

87차 풍수원 성체대회 미사 강론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2010. 6. 3() 10:30, 횡성군 풍수원성당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1독서 : 창세 14,18-20

2독서 : 1코린 11,23-26 복 음 : 루카 9,11-17

 

찬미 예수님!

 

오늘 이 유서 깊은 성체대회에 참석하신 원주 춘천 양 교구의 교형자매 여러분. 또한 전국 각지에서 이른 아침부터 기쁜 마음으로 먼 길을 달려 이 산골까지 오신 교우 여러분. 저는 우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에게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서로를 환영하고 축복하는 마음으로 앞산이 울리도록 크게 박수를 치도록 합시다.

 

순교자의 후손들이 모진 박해를 피해 이 첩첩산중에 정착하여, 교우촌을 이루어 옹기를 굽고 화전으로 연명하면서도, 비록 계곡의 물은 마를지언정 기도와 신앙의 샘물은 마르지 않아, 그 이름마저 풍수원인 이곳이 본당이 되고 성당이 세워진지 백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흠숭하는 장엄한 성체거동을 시작하여, 전쟁 때를 제외하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아 오늘로서 87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은 단지 여러 신앙 선조들의 믿음과 열정뿐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크나큰 은총이며 축복이었습니다. 긴 세월 동안 내려주신 이 모든 하느님의 은총에 다시 한 번 큰 박수로 감사를 드립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세례를 통해 주님의 자녀가 된 우리에게 사실 성체는 너무나도 익숙하여, 가끔은 그 거룩한 신비와 의미를 망각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영성체를 하거나 생각 없이 미사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주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어느 성당에서나 미사가 봉헌되고 성체를 영할 수 있기에, 그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며 놀라운 신비인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백여 년 전만 해도, 바로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우리 선조들만 해도, 일생에 단 한 번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를 모시는 것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얻어야 할 일생의 은총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만큼 성체는 우리 인간에게 베푸시는 주님의 놀라운 은총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고픈 군중을 배부르게 먹이신 주님께서는, 죄의 사함을 위한 십자가의 죽음 앞두시고,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이는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느님 사랑의 완성이고 극치였습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 자신을 우리의 밥으로, 양식으로 내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놀라운 사랑의 봉헌은 오늘도 끊임없이 매일의 미사 안에서 영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언제나 성체의 형상으로 오시어 우리와 하나 되시는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체성사입니다. 이것이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성체성사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신비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 신비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고 현양하는 오늘, 우리는 성체성사를 삶으로 실현하는 신앙의 결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합니다. 우리 시대에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하는 성체의 삶은 사랑과 생명입니다. 방금 들은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과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주라고 명하시는 먹을 것이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목말라 하고 배고파하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힘들어 하고 어려워하는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은 다름 아닌 사랑의 부재입니다. 그러므로 성체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 신앙인에게 최우선으로 부여된 과제는, 우리의 삶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사랑의 실천은 생명을 살리는 일로 나타나야 합니다. 주님께서 성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성체를 영하고 성체성사의 신비를 묵상하며 사는 신앙인은 언제 어디서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하며, 생명을 살리는 것이 바로 세상을 향해 먹을 것을 주는 행위임을 바로 인식해야 합니다.

 

지난 527, 헌법재판소는 착상되지 않은 배아는 인간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착상되기 전까지는 수정된 인간 배아를 사람이 마음대로 처리하고 폐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과학적 법률적 기준으로 창조주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과 무서운 음모에 대해, 그리고 이런 결정이 당연한 듯 용인되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생명적 풍토에 대해,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여하한 경우에도 그 모든 사정에 대해 아니다라고 단호히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모든 행위들은 반드시 근절되고, 이 사회와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도록 우리 신앙인들이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4대강 개발 문제 역시 그러합니다. 이는 단지 정부 시책이나 개발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생명을 경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염려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사랑과 생명을 전해야 하는 우리 신앙인들이 작년에 이어 이번 성체대회에서도 사랑의 장기 기증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며, 이 성체대회의 취지를 잘 살리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성체성사를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신비를 묵상하는 이 자리에서, 바로그 성체성사의 삶을 살고 있는 사제들을 특별히 기억하고자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일 년 동안 사제의 해를 지내며, 모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일주일 뒤에 사제의 해를 마감하면서 하느님과 교회 , 그리고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사제들을 주님께 봉헌합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제들을 위한 기도에 나오듯이 날마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사제들을 언제나 깨끗하고 거룩하게 지켜주시기를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가 깊이 묵상하는 성체성사의 신비는 필연적으로 사제직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리 사제들이 언제나 자신의 성소에 충실하여 2의 그리스도로서 주님을 닮은 삶을 살아갈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여러분과 함께 기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제들을 위해,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주교님들과 사제들의 성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큰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오늘 이 유서 깊은 성체대회에 우리를 불러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성체대회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성체의 신비와 사랑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언제 어디서나 성체의 삶을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모두에게, 여러분의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에 주님의 은총이 언제나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