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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2007년 교구장 사목교서

작성자 : 주보편집실 작성일 : 2006-11-30 조회수 : 4876




 


  교우들에게 목자가 드리는 글

 


참 마음, 참 말, 참 삶을 향하여


-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32) -
 




<날마다 복음 따라 사는 가정을> 참되이 이루어 나가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힘써 왔습니다. 오늘의 심각한 상황을 바라볼 때 이 노력은 앞으로도 더욱 소중함을 누구나 절감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가족 사이는 물론, 다 함께 가야 할 우리들 서로 간의 건실한 관계를 맺는 데 핵심이 되는 진실성에 관해 성경 말씀에 비추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살기 어렵다는 세상

요즘 들어 참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힘없고 가난하고 잊혀진 이들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멀쩡한’ 이들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세상살이에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 온갖 체험의 명암이 엇갈리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나날의 생활이 그토록 힘겨운 데 더하여, 훨씬 더 심각한 일은, 도대체 무엇이 바르고 그른지,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가리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오늘의 어지러운 세상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억누르고 흔들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행하여라, 좋은 것을 나쁘다 하고 나쁜 것을 좋다 하는 자들! 어둠을 빛으로 만들고 빛을 어둠으로 만드는 자들! 쓴 것을 단 것으로 만들고 단 것을 쓴 것으로 만드는 자들!”(이사 5,20).



예수님께서도 세상이 당신을 믿지 않는 것은 진리를 말씀하시기 때문이며,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요한 3,19)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입니까. 진리를 믿기보다 오히려 거짓을 믿고 어둠을 빛보다 더 사랑하다니. 그것은 “진리 편에 서 본 적이 없는” “거짓의 아비”인 악마에게 마음이 홀렸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요한 8,44-45). 그렇기에 또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빛이 너희 곁에 있는 동안 그 빛을 믿어, 빛의 자녀가 되어라(요한 12,35)고 가르치십니다.




빛의 자녀 되고자

이렇게 세상의 어둠을 무릅쓰고 참 살길을 가려거든 “빛을 믿어, 빛의 자녀가 되어라” 하신 주님의 말씀을 우리는 분명 들었습니다. 더구나 분단국의 정세불안과 오늘의 가치혼란 한 가운데서, 생계․자녀교육․취업․인간관계․건강유지․노후대책 등 풀어나가야 할 일상의 허다한 현실들 앞에서, 한마디로, 마음은 있어도 빛을 믿어 빛의 자녀가 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제로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솔직한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교우 분들 대부분은 고맙게도 묵묵히, 기쁘고 부듯한 마음으로, 일상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그런 반면, 언론 보도에는 사회 도처에서 제 딴에는 살아남느라 어디 틈만 보이면 연일 참을 거스르며 소위 ‘잔머리 굴리는’ 인간들의 기막힌 모습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둡고 아프게 하는 세태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몇몇 개개인을 넘어, 영향력이 매우 큰 기구나 집단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재능이나 근면성이나 성취력 등 여러 모로 우수한 민족임을 자부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겨레와 사회에 오늘 가장 요긴한 덕목은 진실성임을 더더욱 절감합니다. 하느님의 어엿한 자녀다운 우리 모두의 참 마음, 참 말, 참 삶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과연 빛의 자녀요 진리의 증인으로서 여러분은 한 때 어둠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서 빛 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빛의 자녀답게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굳건히 서십시오”(에페 5,8;6,14).





사랑의 증인 되고자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사랑으로 다 내어주며 십자가에서 두 팔을 벌려 모든 이를 끌어안으시기 직전, “그대가 대체 누구냐”고 묻는 총독 빌라도에게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고 답하십니다. 그런데 빌라도는 오히려 예수님께 “진리가 무엇이오” 하고 되묻습니다(요한 18,37-38 참조). 참 사랑의 진리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이렇듯 따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혜롭다고 자처하였지만 실은 바보가 되었고, 하느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어버리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받들어 섬겼다”고 했습니다(로마 1,22.25).



그렇더라도 이기심과 무관심, 거짓과 폭력, 탐욕과 불의, 오만과 차별 등이 두루 판치는 세상에서 하릴없이 ‘덩달아 맞추어’ 살 수밖에, 과연 진리를 위해 오신 구세주의 목소리를 듣고 그대로 따를 수 있을까 하며 두렵고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 10,13). 그뿐 아니라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이렇게 기도하고 계십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시고, 또 저를 사랑하셨듯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7-18.23).



이렇듯 우리는 진리의 증인으로, 아버지 사랑의 증인으로, 예수님 따라 은혜로이 세상에 보내진 하느님 자녀들임을 마음에 새기고, 그 크신 사랑을 힘입어 밝고 꿋꿋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더욱 참되이 살고자

주 예수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고 하셨습니다. 주님을 충실히 따르려면 무엇보다도 주님의 마음을 참으로 닮도록 해야 합니다.



참 마음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 5). 그것은,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며,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않고 남의 것도 돌봄을 뜻합니다. 그 지극한 마음으로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으며, 자신을 낮추어 십자가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3-8 참조).



우리 춘천교구는 예수 성심을 주보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렇듯 큰 사랑을 입은 우리 또한 주님의 마음을 닮아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지를 신자 저마다, 또 가정과 소공동체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십시다.



참 말 나무는 그 열매를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사실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입니다.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거짓을 벗어 버리고 저마다 이웃에게 진실을 말하십시오”(에페 4,23-25).



우리는 살다 보면 ‘편의상’, ‘부득이’, 너무나 쉽게 크고 작은 거짓을 말하고 행하곤 합니다. 우리가 진정 하느님 가족이라면, 어떤 구실로든, 거북하고 밑지더라도, 하느님 자녀라는 뚜렷한 신념과 진정한 자유로 거짓을 의연히 거부하는, 누가 보아도 진실한 사람이라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참 삶 “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로마 12,9). 그러니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 16)는 아름다운 말씀을 우리 모두 듣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 내 삶에서, 우리 삶에서, 성령의 비추심으로 어떻게 하면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묵묵히, 기쁘게, 진심으로 사랑을 실천할지 기도 중에 모색하며 노력하십시다.




빛나는 별처럼

시편에 보면 “행복하여라, 주님께서 허물을 헤아리지 않으시고 그 얼에 거짓이 없는 사람”(32,2)이라 하였고, “거짓의 길을 제게서 멀리하시고 당신 가르침으로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119,29)라는 간절한 기원도 나옵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 2,15). 그리고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필리 4,8).



모두들 너무나 생각없이 ‘외모지상주의’에 휘둘리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를 이루는 우리는 오히려 겸손과 정직의 더욱 본질적인 삶에, ‘속살 찌우기’에, 우선 마음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정녕 교우라면 누구나 하느님 자녀다운, 진실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맑히는 소금이 되고 어둠을 밝히는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 자비의 도우심으로 다 함께 기도하고 힘쓰며 사십시다.



일찍이 요한 사도도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는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살아간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없습니다”(3요한 4).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32).

 






2006년 대림절에


춘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