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가톨릭기후행동이 '창조시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탈석탄 운동'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가톨릭교회가 탈석탄 운동에 어떻게 함께할지 고민하고, 탈석탄 금융의 방향을 살펴봤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탈석탄 금융이 첫째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 사례를 설명했다. 탈석탄 금융은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관련 채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지 않도록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점차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 비상’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에서, 넷 제로(Net Zero)를 위한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 넷 제로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관한 부분을 뜻하는 탄소중립은 넷 제로에 포함되지만, 둘은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넷 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먼저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화석연료 산업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금융 운동이 이미 세계적 추세에 있다. 이종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 세계에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관은 1594개며, 그 자산 규모는 40조 달러(5경 3241조 원) 이상이다. 이 기관들 가운데는 천주교를 포함한 종교기관 참여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도 2018년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 등의 탈석탄 금융 선언을 시작으로, 이후 교직원 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도 이에 참여했다. 또 지자체, 교육청 등이 자산을 맡기는 은행을 선정하는 기준에 탈석탄, 재생에너지 투자 여부를 평가 기준에 포함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국회의원이 발간한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금융기관은 104개(2022년 6월 말 기준)며, 넷 제로(2050 탄소중립) 선언을 한 금융기관은 27개다.
국민연금도 선언에 참여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탈석탄 투자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실제로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고 있으나,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또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다른 기관들도 향후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기존 투자를 철회하지 않는 점이 관건이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이미 탈석탄 금융 선언을 하기 전에 투자 계약을 했기 때문에 기존 투자를 철회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하며, 더 강력한 규제와 법적 제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잔액은 118.5조 원(2022년 6월 말 기준)이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긴 했으나, 세계 흐름과 달리 석탄 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2016-21년 사이 재생에너지와 석탄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각각 30.2조 원, 31.1조 원으로 석탄의 누적 투자액이 더 크며, 화석연료 전체로 보면 그 차이는 더 크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성당이나 교구 재산을 맡기는 은행 지점에 투자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종교 단체가 ‘탈석탄 금융’ 운동에 참여하면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녹색연합 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은 탈화석연료로 가는 과정에서 생태 정의뿐 아니라 노동자, 민주적인 절차, 지역에 따른 에너지 불평등도 등 사회 정의와 같이 고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 반발하는 주민들도 있을 수 있다. 황인철 팀장은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이룰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 산업뿐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 불평등을 인식해야 한다. 그는 “석탄을 파헤치는 것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파헤치는 것이고, 석탄을 태워서 얻는 전기는 누군가의 노동을 태워서 얻는 것”이라며, 대부분 에너지 시설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화석연료에 기반한 성장 중심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에너지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는 더불어 기업 이윤보다 시민 인권이 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정치와 정책을 통해 자본과 기본을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찬미받으소서 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에두아르도 아고스타 스카렐(Eduardo Agosta Scarel, 가르멜회) 신부가 화상채팅으로 간담회에 참여해,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FFNPT) 캠페인을 위한 서명 운동 등 연대를 당부했다.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개발과 신규 생산을 중단하고, 각 나라의 화석연료 의존도와 이행 능력을 고려해 기존 화석연료 생산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티칸, 세계보건기구 등이 이 조약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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