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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천주교 탈핵 순례단이 서울 명동 거리를 행진하며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국과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부르짖었다.
‘한일 천주교 탈핵 평화순례단’은 8월 3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앞에서 거리 행진을 하고,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양국 주교회의가 공동 주최하는 한일 탈핵 평화순례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대면으로 8월 28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순례단은 이날 선언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해결책이라며 핵발전 부흥을 꾀한다”며 “한일 양국 시민 연대로 핵발전을 멈추고, 핵무기도 폐기하자”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핵발전 중단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지 △신규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핵발전소 주민 거주권ㆍ생명권 보장법 제정을 촉구했다.
순례단은 “핵발전소는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 기후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심각한 고장과 비상상황이 일어날 수 있고, 테러와 전쟁 위협에도 취약하다”며 “사고 한 번으로 복원할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 보관돼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대책도 없다”며 “장소도 마련하지 못해 임시저장시설에 쌓아둔 핵폐기물만 약 2만 톤이고, 매년 750톤씩 핵폐기물이 쌓여 곧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핵에너지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핵을 분열시켰지만, 이제 핵이 인간을 분열시킨다”고 규탄했다.
이번 선언은 백종연(한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신부와 미쓰노부 이치로(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평화를 위한 탈핵 소위원장) 신부가 함께 낭독했다.
앞서 이날 가톨릭회관에서는 탈핵 간담회도 열렸다. 발제를 맡은 다카노 사토시(일본원자력자료정보실)씨는 “일본도 발전소마다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처분할 곳이 없다”며 “정부는 행정 편의주의 등을 앞세워 주민 참여와 대화가 빠진 형식적인 공론화만 추진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한국처럼 종교시민단체의 연대와 참여가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광훈(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의 핵발전 우선 에너지 정책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국내 핵발전소도 전쟁이나 재난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도입될 새로운 안전 규제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지난 11년간 국내 핵발전소 24기에 들어간 안전 설비 개선 비용은 1400억 원가량”이라며 “이는 일본 핵발전소 1기에도 못 미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순례단은 고리ㆍ월성 핵발전소와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에 건설 중인 국내 최대 핵 연구단지 문무대왕 과학연구소 현장 등을 방문했다. 현지 주민과 탈핵 운동가들과 만나 대화하고, 연대 행동과 SNS 활동으로 탈핵의 중요성도 알렸다.
모든 일정에 참여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는 “우리가 쓰는 전기의 편안함 뒤에는 많은 사람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토록 좁은 곳에 핵시설이 몰려 있고, 그 바로 옆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나 방사능으로 주민들이 건강에 심대한 손상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장 에드가 가쿠탄(센다이교구장) 주교는 “탈핵운동가들의 수는 적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큰 울부짖음이었다”며 “일본에서도 탈핵 활동을 이어가며 많은 대책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센다이교구는 2011년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도 관할한다.
내년 한일 탈핵 평화순례는 일본에서 열린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