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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부담없이 모이고 퇴근길 미사까지… 청년 공간 ‘에피파니아’ 인기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2-06-14 조회수 : 433

부담없이 모이고 퇴근길 미사까지… 청년 공간 ‘에피파니아’ 인기

의정부교구 청년센터 에피파니아


2022.06.12 발행 [1666호]

▲ 에피파니아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감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느 카페와 다를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을 찾는 청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청년센터 에피파니아(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61번길 77, 한신메트로폴리스 403호)는 지난해 10월 일산 호수공원 로데오거리 건물에 문을 열었다. 술집과 식당, 카페와 쇼핑센터가 밀집한 거리에서 청년들을 맞이하고 있다. 평소엔 청년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지만, 퇴근길 미사, 상담, 고해성사 등이 열리는 사목 공간으로도 탈바꿈한다. 청년들 사이에서 ‘모임을 하거나 조용히 공부하기 좋은 장소’로 입소문 난 에피파니아를 찾아가봤다.




청년사목의 일상성 지향


에피파니아가 들어선 건물 1층 안내판엔 ‘청년사목성당’이라고 쓰여 있다. ○○학원, ○○교회, ○○bar, ○○주식회사 등이 빼곡한 안내판에서 ‘성당’이라는 두 글자를 보니 낯설기도 하면서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다. 에피파니아 문을 열고 들어서니 탁 트인 공간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널찍한 창을 통해선 일산 호수공원의 녹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80평이 넘는 내부 전체가 화이트톤이라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다. 취업 준비로 공부하는 청년들, 본당 모임 회합차 모인 청년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느 분위기 좋은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건 에피파니아가 문을 연 지향과도 맞닿아 있다.

“교회가 청년들이 있는 지역으로 가서 청년들을 환영하는, 청년사목의 일상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역 청년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고요.”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직원으로 에피파니아 상주 매니저를 맡은 오정윤(아녜스)씨는 “센터를 열기로 했을 때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구성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청소년국 사제들과 직원들은 에피파니아 운영 벤치마킹을 위해 발품을 마다치 않았다. 다른 교구와 이웃 교회, 지역 사회에서 운영 중인 센터를 찾아다니며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장소가 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 소그룹 기도 모임이나 미사가 봉헌되는 기도방. 아늑한 공간이라 미사에 집중하기엔 제격이다.


에피파니아에서 세례식도 열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공간 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간을 채울 집기와 사무용품 등은 에피파니아가 속한 의정부교구 6지구와 여러 본당에서 후원해줬다. 청년 사목에 중요성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의 정성과 노력이 하나둘씩 모여 일궈낸 공간이다. 에피파니아는 종교색을 굳이 숨기지도, 너무 부담스럽게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같은 층에 있는 편입학원 학생들도 단골이 됐다. 오 매니저는 “편입학원 학생 중에 이곳에 자주 오다가 올해 4월 청소년국 국장 신부님께 세례를 받은 친구가 있다”면서 “그 친구는 대학 편입에도 성공했고, 정기적으로 에피파니아에 봉사하러 온다”고 했다.

에피파니아(Epiphania)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뜻하는 라틴어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순간이자 아기 예수님이 모든 민족에게 메시아로 드러나신 날을 센터 이름으로 정했다. 청년들이 이곳에서 자기 삶의 메시아를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바람은 현실이 돼 가는 중이다. 청년센터지만, 누구든지 이용은 가능하다. 청년들이 뜸한 낮시간엔 교구 내 일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 퇴근길 성찰 나눔에 참여한 청년들이 각자의 성찰 주제를 들어 보이고 있다.에피파니아 제공


소규모 행사나 모임 공간으로 제격


에피파니아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라운지 이외에도 소모임을 할 수 있는 회의 공간과 소그룹 미사 장소로 쓰이는 기도방, 음향실 등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유튜브 생방송이 가능한 설비도 마련돼 있다. 라운지 운영은 오 매니저와 청년 봉사자 4명이 꾸려가고 있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봉사하러 온다는 손석미(스테파니아, 26)씨는 “한 번 와 본 청년들은 다음엔 친구를 데려오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고 하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신자든 아니든 다들 이곳이 편안하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에피파니아는 상업 장소가 아니기에 음료를 팔진 않는다. 이곳을 찾는 청년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값을 치르는 건 자율이다. 커피를 내리는 공간에 ‘Caffe Sospeso’라 적힌 안내판 설명이 눈에 띄었다. “카페 소스페소는 이탈리아어로 ‘남겨진 커피’란 의미입니다. 커피문화가 중요한 이탈리아에는 커피를 마신 사람이 자신의 것 외에 한 잔 값을 더 내고 가면 누군가가 그 남겨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잔에 담긴 포옹’이자 온기가 됩니다.”

에피파니아에서 마시는 커피는 다른 누군가의 사랑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씨는 “청년들이 종종 빵이나 케이크 같은 간단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라운지를 이용하는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나눔을 한다”고 했다.



▲ 에피파니아는 제2의 사목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5월 1일 부활 제3주일에 에피파니아를 찾아 청년들과 함께 부활 미사를 봉헌했다. 에피파니아 제공


본당을 넘어선 제2의 사목 장소


에피파니아의 정기 프로그램 중 하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평일 체크아웃’이다. 한 주를 마무리하며 성찰 나눔을 하거나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이다. 청소년국장 홍석정 신부가 있을 때면 미사가 봉헌되고 아니면 오 매니저가 나눔을 진행한다. 떠들썩한 ‘불금’을 피해서 온 청년들은 에피파니아에서 오롯이 주님을, 자기 자신을 만난다.

에피파니아에 자주 들른다는 손희영(라파엘라, 21)씨는 “특히 퇴근길 미사는 본당 미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좋다”고 했다. 주일엔 청소년국 차장 강명호 신부가 면담과 고해성사를 원하는 청년들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에피파니아는 본당을 넘어선 또 다른 사목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월 1일 부활 제3주일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에피파니아를 찾아와 청년들과 함께 부활 미사를 봉헌했다.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온 청년 150명이 모였다. 교구나 지구 청년 단체나 위원회 등이 에피파니아를 빌려 행사를 열고 있다. 최근엔 사회 문제나 신앙생활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관련 주제에 책을 쓴 저자를 초청,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가 열렸다. 오 매니저는 “코로나19가 풀리면서 프로그램도 더 다양하게 운영하려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에페파니아는 미사나 고해성사, 프로그램 참여 신청을 모두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epiphania.c/) 메시지를 통해 받고 있다. 이용 공지와 대관 신청 소식도 모두 인스타그램으로 알리고 있다. 더 많은 청년에게 홍보하기 위해 곧 카카오채널도 개설할 예정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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