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2030 청년 신자 수가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과 청년층의 탈종교화ㆍ가치관 변화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 현재 만 20~39세 신자 수는 154만 4634명으로 2006년(153만 2842명) 이후 가장 적었다. 아울러 전체 신자 대비 2030세대 신자 비율도 25.7%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7년 최고치(165만 4214명)를 기록한 2030 청년 신자 수는 이듬해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은 3만 9796명이 줄면서 160만 명 선이 붕괴했다. 또한, 전국 교구(군종교구 제외)는 2021년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교구로 진입했다.
이처럼 고령화는 심화하고 2030 신자가 크게 줄면서 교회에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해 세례받은 20대 청년 A씨는 “처음 청년 미사에 참여했을 때 어른들이 훨씬 더 많아서 다소 의아했다”며 “이렇게 청년이 없는데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당 청년 단체들은 활동인원이 부족해 존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대도시 교구에서도 본당 청년 단체가 사라지거나 통폐합됐다. 인천교구 A본당은 청년 성가대와 전례부를 통합하고, 성가대 없이 청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B본당은 복사 없이 청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30대 교리교사 C씨는 “취업이나 학업 등 현실적인 이유로 지난 몇 년간 단체 활동을 그만두고 냉담의 길로 가는 청년들이 부쩍 늘었다”며 “그 심정을 잘 이해하고, 강요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교회로 돌아오라고 설득할 자신이 솔직히 없다”고 털어놓았다.
전례부에서 활동하는 20대 직장인 D씨는 “부원이 줄면서 한 사람이 맡을 몫이 많아졌다”며 “솔직히 지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빠져야 할 때 눈치도 많이 보이고, 미안함이 커진다”며 “정말 좋아서 봉사하는 게 아니라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 같아 의욕도 줄고, 신앙심마저 흔들린다”고 고백했다.
현재 본당 공동체 구조나 분위기에 청년 신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워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례부로 활동하다 냉담하고 있는 청년 신자 E씨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본당 신부나 어른 신자들은 이해하는 것 같지도, 이해하려 하는 것 같지도 않다”며 “신앙심과 봉사 정신만을 강요하는 그들의 태도와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본당 분위기 때문에 교회를 떠난 청년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현재, 한국 교회는 청년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끌 수 있는 사목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들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이들이 바라는 점을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존의 단체 중심 활동에 부담감이 큰 청년 신자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들에게도 단체 활동 청년과 마찬가지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와 지속적인 관심을 줄 방안이 필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은 ‘청년이 즐거운 교회’를 만들기 위해 이 시대를 사는 다양한 청년 신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모든 세대가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것이다. 이번 호부터 매달 각계각층의 다양한 청년 신자를 만나는 기획 ‘나는 가톨릭 청년이다’를 선보인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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