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 엄마’ 김해숙 배우는 신앙이 자신을 지탱하고 정화시키는 힘이라고 말하며, 하느님과 성모님께서 삶의 자리에 함께 계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국민 엄마 김해숙(비비안나). 김해숙은 짧게 영화에 등장해도 연기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특별한 캐릭터를 지닌 배우이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계기도 사실 묵주반지 때문이었다. 오래전 주교관에서 식사하는데 한 선배 신부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어제 본 드라마에서 한 중견 배우 한 분이 항상 손에 묵주반지를 끼고 있던데, 그분은 열심한 신자 같아. 교구 생명위원회 홍보대사로 모시면 어떨까?”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알아보니 그 신부님이 말씀하신 분이 김해숙 배우였다. 그는 생명위원회 홍보대사를 부탁하자 흔쾌히 응답하셨다. 김 배우는 1975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연기 경력만 근 50년인 베테랑 연기자이다. 작품에서 가톨릭 신자 캐릭터를 연기하며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김해숙 배우는 최근 시작한 드라마에서는 악덕(?) 재단 이사장역으로 열연하기 때문에 평소 꼭 착용하던 묵주반지는 잠시 빼놓았다며 깔깔 웃었다.
▶다양한 역할을 통해 배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과 비슷한데 그동안 힘들진 않으셨나요?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흉내를 내보는 것은 사실 배우에게는 큰 축복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때로는 어떤 역은 너무 힘들기도 해요. 그전에 위안부 할머니역을 맡아서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저도 정신적으로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울증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기도하면서 다시 일에 열심히 몰두하며 우울증을 극복했어요.
▶김해숙 하면 사람들이 ‘국민 엄마’라고 불러요. 어떤 느낌이신지요?
국민 엄마라는 호칭은 감사하지만 너무 과분하고 많이 부담스러워요. 두 딸에게조차도 때로는 빵점 엄마인데요.(웃음) 사실 저는 그렇게 불릴 정도의 사람도 아니에요. 많은 분이 해주시는 사랑과 격려라 생각해서 ‘노력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요.
▶김해숙을 이야기할 때 묵주반지를 많이 이야기해요.
방송 때 제가 끼고 있는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주신 묵주반지예요. 손에 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가 기도해 주시는 것 같아 큰 위로가 돼요. 많은 분이 화면에서 보시고 “어, 정말 신앙심이 깊으신가 봐요”라고 하실 때는 사실 너무 부끄러워요. 기도도 열심히 못 하고 있는데 너무 죄송하죠.
▶어머님께서 묵주반지를 유산으로 주셨네요.
어머니께서 저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기도해 주셨어요. 아마도 어머님이 이걸 주셨을 때는 저도 열심히 기도하라는 마음이셨을 거예요. 어머니의 묵주반지는 이젠 제 삶의 일부가 되었지요.
▶예나 지금이나 연예계 활동도 결코 쉽지 않잖아요. 신앙이 많은 도움이 되시는지요?
저는 사실 연기하는 것뿐 아니고, 제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며 살았어요. 나이가 들어도 삶의 고민은 줄어들지 않아요. 그런데 저의 부족한 신앙이 그나마 저를 지탱하고 정화시키고 마음의 평화도 주시는 것 같아요. 주님께 의지하면 어려운 일을 극복할 힘도 제 안에서 생기는 것 같아요. 이것이 모두 믿음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기도를 통해 주님과 성모님이 계신다는 거에 굉장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신앙이 저에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주로 살면서 언제 행복함을 느끼세요?
(잠시 생각) 제일 행복한 것은 맛있는 것 먹을 때예요.(웃음) 사실 가장 행복한 건 연기를 하는 순간이에요. 연기할 때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즐겁고 집중이 돼요. 하느님께서 저에게 이런 탈렌트를 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려요. 신부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배우로 나이 드는 것이 힘들다고 하니까 나이는 누구나 드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일을 하시니 좋은 것이라 하셨지요.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몸도 아파서 슬플 때가 많다고 했더니 신부님께서 그럼 약 먹고 쉬면 된다고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당연한 말인데 무언가 마음에 딱 다가오는 게 있더라고요.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때가 있다면?
많이 있었을 거예요. 인생의 길이에 비례해서 기쁨과 불행도 함께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로 힘든 적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한가지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이 갖게 되면 교만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것의 소중함을 잊어버리면, 하느님께서는 고통을 통해 우둔한 저를 깨우쳐주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