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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기력이 쇠하신 나의 벗들아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1-08-10 조회수 : 657
기력이 쇠하신 나의 벗들아

최근 노인들에게 보내신 교종의 편지('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문')는 그야말로 천사가 들고 온 구운 빵 한 덩어리였다. 교종께서는 “노인인 제가 노인이신 친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편지를 띄운다.”고 하셨다. 세상이 다함께 끙끙 앓는 때이지만 누구보다 우리 노인들이 가장 힘들지 않겠느냐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면서 세 가지 소명을 당부하셨다. “지금 우리 나이에 우리의 소명은 무엇입니까? 뿌리를 지키는 것, 젊은이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것, 작은 이들을 돌보는 것입니다. 이를 결코 잊지 마십시오."

교종은 지금 인류는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으며, 이 결정적인 시기에 노인에게 주어진 매우 특별한 소명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세상을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로 되살려내서 인류 가족이 재탄생하도록 적극 거드는 일이다. 오늘의 큰 슬픔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생활 방식을 향하여 도약하게 해 주는 일이다. 그러려면 노인들의 꿈, 기억, 기도이라는 세 개의 기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꿈/ 기억 / 기도

첫째는 꿈이다. 요엘 예언자는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요엘 3,1)고 약속하였다. 세상의 미래는 젊은이가 아니라 먼저 노인의 손에 달렸다. 노인이 먼저 꿈을 꾸어야 젊은이들이 이어받아 실현할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인인 우리는 계속해서 꿈을 꾸어야 한다. 정의라는 우리의 꿈, 평화라는 우리의 꿈, 연대라는 우리의 꿈은 우리 젊은이들이 새로운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리하여 노인들은 젊은이들과 함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 고난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노인인 우리가 보여 주어야 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어려움들을 수없이 겪었지만, 다 헤쳐 여기까지 왔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의 인생 경험을 살려보자.

둘째는 기억이다. 유다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에디트 브루츠크(Eidith Bruck, 1932~ )는 "저에게 기억은 삶이요 기록은 숨쉬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은 나이든 모든 이의 참된 사명이다. 만일 전쟁의 고통을 겪은 이들의 기억이 아니면 젊은이들은 어디에서 평화의 가치를 배울 수 있겠는가. 누군가 모든 것을 남겨둔 채 떠나는 이주가 얼마나 쓰라린 이별이며 상실인지 기억하지 않는다면 더욱 인간적이고 환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기초가 없으면 집을 지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의 토대는 기억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 기억은 꿈과 하나로 엮이는 일이다.

셋째는 기도, “노인들의 기도는 세상을 보호할 수 있고, 다른 많은 이들의 노고보다 어쩌면 더 통찰력있게 세상을 도울 수 있다.”(교종 베네딕도 16세) 노인의 기도는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여러분의 기도는 빼앗겨서는 안 되는 교회와 세상의 허파입니다.(「복음의 기쁨」 262항 참조) 특히 우리 인류 가족에게 시련 을 주는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세상과 교회를 위한 노인의 기도는 우리가 곧 정박할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믿음을 모든 이에게 불어 넣어 줄 것 이다.

노익장老益壯

노인인 교종은 노인인 벗들에게 '노익장'을 당부하셨다. 나이가 들어도 오히려 날로 굳건함을 일컫는 노익장의 출처는 중국 후한의 명장 마원馬援이다.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궁할수록 더욱 굳세 고, 늙을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야 한다."丈夫爲志 窮當益堅 老當益壯), 이것이 그의 모토였다. 광무제가 출정에 나서는 그를 만류했을 때 "신의 나이 비록 62세이오나 아직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늙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라며 전장으로 향하였다고 한다. 1919년 9월 2일 오후 5시 신임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탄 마차를 향해 폭탄을 투척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상자만 37명에 달했던 의열 투쟁의 주인공은 65세의 노인 강우규였다. 이듬해 2월 25일 사형 언도를 받고 아들에게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음이 도리어 부끄럽다.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강원'이 바로 그분이다. 강우규 의사는 노인의 꿈으로써 청년 들의 혼을 일깨운 노익장의 전형이시다.


출처: 빛두레 제1523호 8월 8일자 쉐마 노익장을 기대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