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우 "탄소중립은 ‘모두’를 위한 것, 손실과 피해도 ‘모두’ 분담해야"
2032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30기 폐쇄하면 1만 명 일자리 사라져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현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못하면 파국적 기후 위기 닥쳐
성급한 녹색산업으로의 전환, 노동자와 지역사회 막대한 피해 불가피
2032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30기 폐쇄하면 약 1만 명 일자리 사라져
에너지 전환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 손실과 피해도 ‘모두’ 분담해야
미국과 유럽의 전환 사례 참고해 ‘정의로운 전환’ 대책 마련해야
[인터뷰 전문]
기후위기 시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소멸과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대세죠. 석탄화력발전은 순차적 폐지가 예고됐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고요.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이 같은 전환이 필수적이라면 전환 과정 역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손실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정의로운 전환」의 저자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기획위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현우 연구기획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와 산업의 전환, 현재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흔히 이야기하는, 많이 들으셨을 텐데 산업혁명 이후에 지구 평균 온도가 1도 상승했고 0.5도만 상승해도 파국적인 기후변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IPCC라는 국제과학자들의 조직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말하자면 앞으로 30년 뒤 2050년에는 우리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석탄이나 석유를 많이 썼던 석탄 화력발전소, 가스발전소, 내연기관 자동차 모두가 빨리 바뀌거나 더 쓰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겠죠.
▷기후 위기와 일자리 극복을 위해서 언급되는 게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충청남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해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던데요.
`정의로운 전환‘이란 어떤 개념인가요?
▶영어로는 ‘저스트 트랜지션’(Just Transation)이라고 쓰는데, 미국의 노동운동에서 먼저 나온 개념입니다. 오염을 많이 유발하거나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산업이나 작업장이 녹색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때 너무 일방적으로 또는 배려 없이 전환이 될 경우에 거기서 일하던 노동자나 지역사회는 굉장히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겠죠. 그런 것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과정을 가져가는 게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과 주요 내용이 되겠습니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도 ‘탄소중립사회로의 공정 전환’을 3대 정책방향 중 하나로 제시했고, 탄소중립위원회 분과에도 ‘공정전환위원회’가 등장했던데요.
공정한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영어로 저스트(Just)와 페어(Fair) 단어의 차이는 있는데요. ‘공정한 전환’이라고 한다면 과정에서 이 산업을 퇴출시킬 건지 말 건지 절차적인 공정성을 따지거나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사후적으로 보상을 하면 된다는 협소한 접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과정과 결과가 다 민주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뜻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공정전환이라는 게 결국 노동자의 일자리 대책으로만 축소하는 그런 뉘앙스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오래 연구해온 연구자로서 한국판 그린 뉴딜로도 불리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단 제일 아쉬운 것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정확히 담보할 수 없는 기존의 해오던 정책들을 모아놓은 정도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뉴딜이라든지, 유럽연합의 그린딜 같으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들어 있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고요.
또 하나는 탄소중립이라는 게 굉장히 사실은 어렵지만 꼭 해야 할 과제인데,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큰 부담이나 어려움이 예상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정부에서는 한국이 K방역 이런 것처럼 새로운 성장의 기회, 국위선양의 기회처럼 접근하는 것 같아서 시그널이 미약하거나 잘못이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지난해 12월 보성화력 1, 2호기가 폐쇄됐고, 정부는 오는 2032년까지 전국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는데,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석탄노동자들, 얼마나 될 걸로 예상됩니까?
▶지금 한국의 5개 발전 자회사,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정규직이 1만 4000명 가까이 되고 비정규직이 1만 1200만 명 정도 됩니다. 비정규직은 석탄을 하역해서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놓고 시설을 관리하고, 타고 난 재를 처리하는 후처리 이런 일을 하는 노동자들인데요. 노동자들은 협력업체 일자리이고 가스화력 발전이나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바뀌면 없어지는 일자리거든요. 그래서 가장 많게 보면 1만 명 넘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역에서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든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경제적인 것도 상당히 위협을 받을 수 있겠죠.
▷노동자들은 누구보다 혼란스럽고 앞으로의 미래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클 텐데요.
이들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은 어떻게 모색되고 있는지요?
▶그래서 아쉬운 게 정확히 어떤 발전소가 언제 폐쇄될지 정부가 분명하게 정보를 주지 않고 있고요. 다수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서 또는 그냥 언론을 보고서 짐작을 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폐쇄 로드맵이 아예 없는 겁니까?
▶없지는 않은데 전력수급기본계획 이런 식으로 에너지 설비에 대한 계획으로만 나와 있고, 그게 에너지 전망이나 전력 사정에 의해서 가변적인 것이거든요. 발전소를 끄고 폐쇄하는 것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자리 자체의 자세한 계획, 배려는 사실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폐쇄된 보령화력의 석탄노동자들은 대체 일자리가 주어졌습니까? 발전소가 폐지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작년 12월에 보령 1, 2호기가 폐쇄됐는데 마침 그 비슷한 시기에 서천에 신서천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노동자들의 일부는 보령에서 신서천으로 이동을 했고, 삼천포화력에서도 비슷하게 옆에 고성 하위 화력발전소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쪽으로 옮겨간 노동자들이 있습니다만 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옮겨가신 노동자들도 있고 경상, 정비 말씀드린 후처리 여러 가지 일들이 있거든요. 옮겨가는 노동자들도 있고 사실 대안을 찾기 어려운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고 봐야겠습니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피해 예방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근본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또 전환을 위한 사회안전망 어떻게 구축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도 전환이 어떤 정부나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필요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되더라도 길게 보고 가야 할 길이라는 신호를 분명히 주고, 거기에 따른 부담이나 피해가 있다면 그것을 벌충하기 위한 기금이 필요할 수 있고 제도가 필요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의 어려움을 과감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지금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이나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대안 입법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입법이나 기금으로만 환원하지 않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노동조합 자체가 없는 노동자들은 어떤 구원줄도 없는 거죠. 전반적으로 사회안전망 또는 고용안정을 증진하는 여러 대책들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의 아이디어가 미국에서 시작되고 국제노총과 세계 여러 노동조합이 채택한 정책인데요. ‘정의로운 전환’을 이룬 해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그전에 간단히 국내 얘기를 하자면 1990년대 초반에 태백과 정선 이런 데서 석탄산업 합리와 정책이 있었거든요. 부실화 된 소규모 탄광 기업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강원랜드와 내국인 카지노가 대체산업으로 들어섰지만 고용불안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이 다시는 없어야 하는 거고요.
미국이서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아블로캐넌이라는 원전을 더 이상 가동연장을 안 하면서 재생에너지하고 에너지 효율화 설비를 연구 개발하는 사이트로 바꾸는 합의가 이루어졌고요. 독일 같으면 2038년까지 모든 석탄화력 발전소와 탄광을 폐쇄하면서 거기서 노동자와 지역사회, 기업하고 연구소들이 협의해서 탈석탄을 위한 보고서를 내고 기금조성계획까지 작성을 해서 발표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이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위상을 그렇게 심각하게 부여하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녹색성장위원회를 대신해서 탄소중립위원회가 5월 말에 출범했습니다. 여러 위원회가 있는데 정의로운 전환은 공정전환분과위원회라는 소위원회로 작게 설정이 되어 있고, 그다음에 탄소중립위원회에 한국노총위원장 한 분만 99명 위원 중에 노동자를 대변하는 위원은 한 분밖에 없습니다. 충분히 산업현장에서 어려움이 파악되고 대변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또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게 1:1대응으로 쉽게 안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경로가 보장돼야 하고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협의도 같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법을 만들면 또는 위원회를 만들면 어떤 하나의 절차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될 것 같아서 거기에 포착되지 않는 많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경제 주체들의 다변성 이런 것들이 앞으로 많이 챙겨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기획위원과 함께 기후위기시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인터뷰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6-2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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