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교황의 쓴소리
2020.10.06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유층의 부가 늘면 다른 계층으로 부가 흘러내려간다는 '낙수효과' 이론에 대해 "마술같다"고 비판했다. 빈부격차, 감정적인 정책을 펴는 정치인, 인종차별주의 등에 쓴소리를 하며 그는 세계적 위기 극복을 위해 인류애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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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FP |
로이터통신과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4일(현지시간) 공개된 86페이지에 달하는 새로운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이같이 말했다. 회칙은 교황이 가톨릭 신자, 주교에게 전하는 글로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교황은 오늘날 세계가 이기주의, 극단주의 등으로 퇴행 신호를 보인다면서 이번 회칙에서 박애주의, 빈부격차, 경제·사회적 불평등, 의료 불균형, 정치적 양극화 등을 다뤘다.
빈부격차 관련해 교황은 "시장 그 자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치인들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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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공개된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 /사진=교황청 홈페이지 |
그는 좋은 경제정책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줄이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난을 지적하고, 많은 곳에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낙수효과라는 마술(비현실적인) 이론"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낙수효과는 세금 감면 등으로 대기업, 고소득층의 이익을 늘려주면 경기가 살아나 결국 소득 하위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더 나아가 "한 사람이 존엄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한 필수품이 부족하다면 이는 다른 사람이 그것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초기 크리스천들의 믿음이 유효하다면서, 부유한 사람과 국가가 가난한 이들과 나눌 것을 요구했다.
특히 교황은 가톨릭에서 주창하는 '창조물에 대한 모든이의 접근 원칙'을 들며 사유재산권은 그 뒤의 2차적인 권리라고 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에 따라 국가 정책도 금융이 아닌 인간 존엄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면서, "가장 이기적인 면을 내세워 인기를 얻으려 하고 다른 나라에 대한 증오·공포심을 반영한 정책을 펴는"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여기서 특정인의 이름을 쓰진 않았다.
코로나19 관련해서는 "회칙을 작성하던 중에 예상 못한 일이 발생했다"고 적고, 이러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누구도 고립된 삶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과 우리가 '하나의 인간 가족'의 형제 자매로서 꿈꿔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인류애를 강조했다.
한편 올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켜 숨어드는 바이러스"라고 꼬집었고, 이밖에 핵무기 폐기, 사형제도 폐지 등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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