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루밍 미투운동' 앞장 내부고발자…다 거짓이었다
"50대 상담팀장이 집에 10대 데려가서..." 600명 단톡방 폭로
살레시오청소년센터 전 상담사, 명예훼손 1심 징역1년 실형
2020-08-20 14:24
아동복지시설에서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그루밍' 범죄가 일어났다며 내부고발에 나섰던 전 상담사 직원이 1심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년 전 국회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 연대체 발족식에서 발언자로 나서는 등 그루밍 관련 '미투'(Me too)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허위사실 유포로 재판에 넘겨졌고 1년이 넘는 재판 끝에 그가 주장했던 모든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 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38)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다고 20일 밝혔다.
박씨는 2016년 4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천주교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하는 서울 소재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상담사로 재직했다.
박씨는 당시 센터의 상담팀장으로 일했던 A씨(51)가 청소년 B군(당시 19세)에게 '아동 그루밍'을 저질렀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피해자와 센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2013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살레시오센터에서 지내다 다른 시설로 거처를 옮겼고 A씨는 2018년 8월 B군을 입양했다.
재판부는 "내부 고발이나 미투 운동 등으로 포장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피해자들(A씨와 살레시오센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범행의 경위나 방법 등에 비춰봤을 때 그 죄질이 대단히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루밍이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 가해 행동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것을 뜻한다.
박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재판을 받는 도중에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허위 사실을 기재해 올해 6월 재판부 직권으로 법정구속됐다.
◇성폭력 피해자 연대체 발족 책자에 사례로도 게재
박씨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A씨와 B군의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글을 10회에 걸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2월에는 상담심리사 6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A씨의 그루밍 의혹을 제기했고 자신이 내부고발을 해 센터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3월에는 A씨의 그루밍 의혹을 고발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냈고 실제로 기사화가 되기도 했다. 또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들의 연대체 발족식에서 배포되는 책자에 A씨의 그루밍 의혹 사례를 게재했다. 박씨는 당시 발족식에서 발언자로 나섰다.
박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A씨에 대해 '4년간 훈육과 추행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동그루밍을 했다' '시설 허가 없이 청소년을 수시로 집에 재우고 물질적인 선물을 제공해 상담사로서 윤리위반을 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B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었고 센터 역시 박씨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했을 뿐 박씨를 해고하거나 퇴직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없었다.
박씨 측 변호인은 "페이스북, 카카오톡 대화나 연대 자료집, 언론사 기사와 인터뷰 등에서 피해자 A씨의 실명을 적시한 적이 없으므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이 페이스북 등에서 피해자들의 관계를 아동 그루밍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은 진실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며 "설령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원 "내부고발·미투로 포장…피해자 비방 목적 커"
그러나 재판부는 "성명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사정을 종합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며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해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페이스북 등에서 피해자들의 관계를 아동 그루밍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은 허위 사실이고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아동 그루밍을 저질렀다는 박씨의 주장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고 페이스북 게시글에 사용된 문구나 어휘, 게시 횟수 등을 고려하면 공익적인 동기보다 피해자를 비난·비방하는 것에 주된 동기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나 센터 구성원, 자원봉사자, 센터를 거쳐간 많은 청소년들이 입은 피해가 심각하지만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뉴스1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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