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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수요수필]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0-07-29 조회수 : 253

[수요수필]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
김금례 수필가


2020/07/28


창밖에 비가 내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난 빈자리가 나를 허전하게 만든다. 교황이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레었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 광화문 광장 시복(諡福) 미사 참석을 포기하고 평화방송 텔레비전을 보기로 했다.

 

4박 5일 동안 생생하게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는 평화방송에 감사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교황님은 한국에서의 빡빡한 일정으로 바쁘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셨다.

 

가시는 곳마다 인파가 몰려들어 ‘비바 파파(교황 만세)’라고 외치며 환영했다.

 

교황님은 구름처럼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평화의 메시지를 주었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해서 각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젊은이여 깨어나라.’ ‘정의와 소통하라.’는 희망 메시지를 던졌다. 학생들은 손을 들어 환호하며 열광했다.

 

2014년 8월 16일 아침, 비가 온다는 뉴스에 걱정했지만 햇빛이 쨍하고 비추니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초대받은 신자 17만명 외 80만명이 광화문 광장을 꽉 메웠다. 사복미사를 드리기 위해 전국에서 밤을 설치며 모여든 신자들은 마치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처럼 행복했다.

 

홍해바다가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교황님은 온화한 미소로 카퍼레이드를 하시다 십자가를 그으며 강복해주셨다.

 

교황님은 어린아이들만 보면 카퍼레이드를 멈추고 아이들에게 입을 맞추며 안아주셨다. 자상하고 섬세했다.

 

활짝 웃는 모습은 아기 천사 같았다.

 

평소 낮은 곳을 향해 몸을 낮췄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 그대로였다.

 

교황은 하느님의 모습이었다. 세월호 참사 식구들 앞에서는 카퍼레이드 하다 내려 유족들의 손을 잡고 “가슴이 아픕니다.”하시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셨다.

 

힘없는 보통 사람들을 직접 몸으로 품어 주시는 모습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진한 감동이었다.

 

세월호 참사 가족이 교황님의 제의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었다. 기대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교황님은 붉은 색 제의를 입고 신유박해(1791)부터 병인박해(1866)까지 124위 순교자들을 2백여 년이 흐른 오늘에서야 넋을 기리며 복자(福者)로 추대하는 시복식을 거행하고 있다.

 

하늘에서도 잔칫날일 것이다. 250년 한국 가톨릭역사는 박해와 순교의 역사였다. 천주교박해는 잔혹했다.

 

나라와 질서를 어지럽힌 국사범(國事犯)으로 몰았다. 순교자들은 형장으로 끌려갈 때도 웃으면서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장한 순교자들이 있었기에 편안하게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질서정연하게 미사를 드리는 신자들의 모습 또한 진지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교황은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하여 병들고 소외된 사람, 상처받고 궁핍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신체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한 분씩 입을 맞추며 축복해주셨다.

 

특히 입양을 기다리는 젖먹이가 손가락을 빨자 그 손가락을 빼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빨게 하는 모습은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었다.

 

가난한 자의 벗으로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하시는 교황님의 뜨거운 사랑을 느꼈다.

 

마지막 날인 18일 아침 명동성당 미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학생, 장애인, 실향민, 새터민, 다문화 가족, 납북자 가족, 환경 미화원, 종단 지도자, 이북 출신 사제와 수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천여 명이 초대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 미사에서 “용서는 화해에 이르게 하는 문”이라며 “죄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말했다.

 

교황님은 불과 88시간 이 땅에 머물면서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셨다.

 

78세의 노구에도 20여 개 행사에 참석하시어 지칠 줄 모르며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이 감동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진한 여운과 깊은 울림을 남겨준 채 교황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다.

 

교황님이 주신 메시지는 우리의 몫이다. 교황님이 남긴 말씀의 여운이 오늘도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교황님, 4박 5일 동안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교황님의 축복에 감사드립니다.”

 

*시복식: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를 복자로 공식 추대하는 천주교 예식.
*복자: 성인의 전 단계.


전북금강일보
원문보기: http://www.gkg.co.kr/40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