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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수도원서 팟캐스트로 세상과 소통하며 삽니다"

작성자 : 문화홍보국 작성일 : 2020-07-27 조회수 : 287

"수도원서 팟캐스트로 세상과 소통하며 삽니다"

인기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 운영하는 황인수 신부

동료 수사·수녀와 함께 진행
하루도 빠짐없이 5년간 책소개
직접 쓰고 그린 에세이도 출간
"구원은 자기 마음 안에 있어
돈·명예 아닌 자신을 소중히"


2020.07.26 16:28:05



22일 명동성당에서 황인수 신부가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을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사진설명22일 명동성당에서 황인수 신부가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을 소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쓸쓸함과 고독을 통과해야만 사람은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일이 읽고 쓰고 그리는 것이죠."


성바오로수도회 한국 준관구장 황인수 이냐시오 신부(52)는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동료 수사·수녀들과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수도원 책방`은 팟빵 순위 20위권에 들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성바오로수도회는 미디어를 통한 영성 보급을 중시하는 수도회입니다.


따라서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일은 저희 의무이기도 합니다. 수녀님 한 분과 진행하다가 지금은 4명이 매일 책에 관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습니다. 신앙 책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반 서적도 다루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들도 많이 듣습니다." 황인수 신부는 성직에 입문하기까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전라남도 외딴섬 흑산도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목포로 유학을 나와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외항선원이 된다. 선원으로 살던 황 신부는 30살 나이에 불현듯 수도원에 입회해 수사가 되고, 로마 유학을 다녀온 뒤 41살에 사제로 서품됐다.


"배를 탈 때 엄청난 태풍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두려움에 떨면서 오늘 밤만 무사히 넘기게 해주시면 제 삶을 주님께 드리겠노라고 기도했어요. 그 이후 살면서 자꾸만 그 약속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서른 살에 결심을 했죠.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인생 전반전은 배를 타면서 세상 구경 다 하고 나머지 인생은 수도자로 살고 있으니까요. 인생을 두 번 살잖아요. 성바오로수도회를 선택하게 된 건 제가 성바오로서원이라는 서점엘 자주 갔었는데 그곳에 계신 분이 추천을 했어요."


황 신부는 이번에 20여 년 동안 틈틈이 쓴 글과 직접 그린 그림을 모아 책을 냈다. 책의 제목은 `쓸쓸한 밤의 다정한 안부`(레벤북스)다.


"수도자들은 자기를 들여다볼 시간이 많은 편인데 그때마다 틈틈이 쓰고 그린 내용들이에요. 독자들이 제 책을 읽으면서 잠시라도 자기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돈이니 명예니 하는 외적인 것들은 구원이 되어주지 못하거든요. 마음 밖이 아닌 자기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구원이죠. 그걸 신앙에서는 회개(conversion)라고 해요. 어원이 라틴어 `콘베르토`인데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도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해요. `사람아 너의 마음 안으로 돌아가라.` 그 안에 하느님이 있다는 뜻이죠. 하느님은 우리 마음속에 있어요."


원래 문장이나 그림에 재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황 신부는 겸손하게 답한다. "뭐든지 하면 늘잖아요. 매일매일 밤마다 묵상하면서 쓰다 보니 훈련이 된 거죠. 그림은 학교 밖에서 따로 배운 적은 없는데 그냥 그림을 좋아했어요.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포기했죠."


황 신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 `논어`를 꼽는다. "논어를 2년 동안 필사한 적이 있었는데 한 구절 한 구절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더라고요. 예수님 말씀과도 많이 통해요. 초창기 천주학이 전해질 때 우리 선비들이 많이 읽은 책이 `칠극(七克)`이었어요. 예수회 신부가 쓴 가톨릭 수행 지침서예요. 죄악의 뿌리가 되는 탐욕·오만·음탕·나태·질투·분노·색 등 7가지를 은혜·겸손·절제·정절·근면·관용·인내로 극복하라는 내용인데 논어의 가르침과 흡사해요. 그래서 엘리트 선비들이 천주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죠."


초기 기독교 문헌을 공부하는 교부학 전문가 황 신부는 "지금 가톨릭은 초기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기 메시지를 보존하고 키우기 위해서 제도 종교가 생겼는데 오히려 제도 종교가 그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사회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종교가 뒤뚱거리며 따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쇄신이 필요해요."



매일경제 & mk.co.kr 허연 문화선임기자
원문보기: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7/763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