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대안학교 ‘자오나’ 서울형 대안학교 지정 가능할까
미혼모·학교 밖 청소년 5명 생활하는 기숙형 대안학교
‘최소 10명 재학’ 기준 미달로 서울형 전환 어려워
서울시 “비인가 대안학교 품으려면 더 세부적 평가 필요”
2020.06.15 23:06
자오나학교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대비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자오나학교 제공
지난 12일 건물 밖 체육수업을 나온 다섯 명의 학생들이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대야에 담긴 물을 옮겼다. “쏟아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지!” 체육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렀지만 얼마 못 가 수업은 물장난으로 변했다.
서울 성북구 ‘자오나학교’는 미혼모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다. 14~24세 미혼모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생활한다. 미혼모 학생들은 아이를 기르며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직업훈련도 받는다. 먹고, 자고,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비용은 전액 천주교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에서 부담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부로부터 각종 수급비를 받지만 그 돈은 학생들이 이곳을 떠난 뒤 쓸 수 있도록 저축한다.
자오나학교는 한때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여대생 기숙사였지만 2014년 10월 이후 미혼모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바뀌었다. 현재 3명의 미혼모 학생과 2명의 학교 밖 청소년, 3명의 아기가 산다. 학생들은 주중 오전 9시~오후 4시 수업을 듣는다. 그 시간 동안 3명의 아기들은 아기돌봄 교사들이 돌본다. 정수경 교장(수녀)은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짧게는 1년6개월에서 길게는 2년6개월가량 머물며 검정고시를 치르고, 직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졸업 후 1년간 인근 다세대주택에 머물며 사회로 나가기 전 독립주거실습도 한다.
자오나학교는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서울형 대안학교’ 20곳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달 말 추가 발표될 5개 서울형 대안학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서울시가 위탁·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로부터 일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지원 역시 2021년이면 중단된다.
자오나학교가 지원 대상에서 빠진 이유는 정원 미달이다. 서울형 대안학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기관 인적 구조, 시설 및 안전 적합성, 교육의 공공성, 교육과정 운영의 민주성, 예산 편성·집행의 적정성 등 각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자오나학교는 최소 10명 이상의 청소년이 재학해야 한다는 항목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정 교장은 “미혼모 학생을 10명까지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농인 대안학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인원 기준을 미달해 서울형 대안학교로 지정되지 못했다.
서울형 대안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들로선 일종의 ‘기회’다. 정해진 인가기준을 충족해야 재정지원을 하는 교육청과 달리 서울형 대안학교는 대안학교의 원형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재정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내 비인가 대안학교를 2022년까지 모두 서울형 대안학교로 전환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울형 대안학교로 지정된 곳은 교사 1인당 월 250만원의 인건비를 받고, 학생수에 따라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각종 프로그램 지원비와 공교육 친환경 급식단가에 따른 식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안전사고보상 공제회 가입 지원도 받는다.
서울시 역시 비인가 대안학교를 서울형 대안학교로 품기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평생교육국 청소년정책과 관계자는 “일정한 조건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안학교 형태를 빌린 각종 단체들이 들어올 수 있어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학교의 특성상 서울시의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곳들은 현장실사 강화, 평가기준 세분화 등 방법을 마련해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원문링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152118005&code=940100#csidx195c793376924f2b5e0f8d7c7fa2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