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민 소장 "디지털 빅데이터는 `모두의 것, 모두에게 몫`을 줘야"
`모두에게 모두의 몫을-지금 바로 기본소득` 책 펴내
2020-06-11 18:33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금민 소장/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90년대 말 기본소득 이상적으로 여겨
-2007년 기본소득 대선 1호 공약 첫 제시
-유럽 복지국가 넘어서는 대안 필요하다고 생각
-디지털 기업들의 이윤 원천인 빅데이터는 우리 모두의 것
-일종의 데이터 로열티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써야
-기본소득 실시 위해선 증세나 외부재원 필요해
-다음 정권 혹은 22대 국회에서 기본소득 가능하리라 전망
[인터뷰 전문]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정치권의 의제로 떠올랐는데요.
이미 지난 2007년에 기본소득을 1호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처음으로 공론화에 나섰던 분이 있습니다.
현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을 이끌고 있는 금민 소장인데요.
최근엔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지금 바로 기본소득>이란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금민 소장 전화로 연결해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과 논의 전망에 관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금민 소장님, 나와 계십니까.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금민입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아마도 이제는 기본소득을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요. 기본소득 공론화에 처음으로 나섰던 분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일단 마음이 편하죠. 그때 제가 주장할 때는 당장 실현될 것 같다기보다는 한발 앞서 주장한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이제 많은 분들이 논쟁에 참여하고 있으니까 일단 거기까지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거의 13년 전에 처음으로 기본소득공론화에 나섰는데, 지금 기본소득도입 논의 필요성 등이 여야 정치권의 의제로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특히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도입 논의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모습,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세요?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죠. 여야 모두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 국면 이후에는 어떤 기본소득인가. 아니면 로드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천히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가 많이 됩니다.
▷기본소득 공약으로 내세웠던 게 2007년 대선 때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이니까요. 그때 13년 전에 어떻게 1호 공약으로 기본소득을 내세울 생각을 하신 겁니까?
▶1990년대 말 이후의 시기가 중요한데요. 그때부터 유럽이 복지국가의 원조인데 유럽에서도 신자유주의가 표준이 됐어요. 그러면서 복지국가가 축소되던 시기였습니다. 2007년은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 10년차이던 시절인데요. 그 당시 유럽 복지국가를 계속 뒤따라가는 추격만 해야 되느냐는 생각이 언뜻 들었고요. 유럽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경우에 기본소득 아이디어 그 자체는 사실 1990년대에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이게 현실성이 있다기보다는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런데 이 신자유주의가 한국에서 10년 이상 됐고 유럽의 복지국가도 무너지고 있는 2007년 시점에는 이게 정말 현실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운 건데요. 그 이후로도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행해 오신 겁니까?
▶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창립에 함께 했었고 그리고 그 이후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고 약 5년 전부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을 만들어서 기본소득과 디지털 경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최근에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지금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제목의 책을 내셨던데, 어떤 배경과 의도에서 책을 쓰게 되신 겁니까?
▶일단 기본소득에 대해서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책에 나와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디지털 전환기에 가장 중요한 이윤 원천이 빅데이터고, 빅데이터는 사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러니까 수익의 일부는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라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고요. 그리고 저는 모두의 몫이 모두에게 배당될 때에만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배당하라는 그런 분배 정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한 만큼 가져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일한만큼 가져가라고 하면 누구의 노고를 귀속시킬 수 없는, 모두의 몫은 모두에게 배당할 때 비로소 일한만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까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도 살폈으면 하는데, 소장님께서는 기본소득의 뿌리를 어디에서 찾고 있습니까?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뿌리는 18세기 말인데요. 프랑스 대혁명 시기예요, 그때가. 그때 굉장히 중요한 사상가이자 팸플릿 저자이기도 하고요. <상식>, <인간의 권리> 등의 책으로 유명한 토머스 페인에서 뿌리를 찾았습니다. 그 사람 책에 토지정의론이 있는데요. 토지정의론에서 페인이 당시에 토지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선 반대를 합니다.
그래서 토지를 갖다가 공유로 돌리자는 말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거꾸로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를 옹호를 해요. 개간한 사람의 노고를 부정하는 것은 부정의하다고 얘기를 해요. 그런데 다른 질문을 합니다.
개간한 사람이 토지의 가치를 증대시켰을 뿐이지 토지 그 자체를 만든 것은 아니지 않느냐. 지구는 인류 모두에게 부여한 것이다. 인류 모두가 공동 소유자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토지소유자들의 소유권은 보장할 수 없지만 토지의 원천적인 소유자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수익 일부를 배당해라. 그래야 정의롭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사실 기본소득의 원형적인 뿌리라고 보고요. 저는 더 급진적인 제안이 당시에 있습니다.
동시대인 스펜스인데요. 토마스 스펜스라는 사람이 아예 토지를 공유로 돌리자고 얘기를 해요. 토지를 공유로 돌리되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한테 7년 주기로 임대하고 임대료를 모두에게 배당하자고 말을 합니다. 이 두 사람 다 토지의 사적 활용이 좀 더 효율적이라고 봐서 인정을 한 거예요. 그런데 원천소유자는 모든 사람이니까 수익의 일부분, 기본소득은 나눠져야 된다. 그래야만 정의롭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기본소득의 뿌리를 18세기 말 토머스 페인으로부터 찾았던 것이고요. 책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논점이 앞서 조금 말씀하셨는데,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도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과 인식이라고 말씀을 하셨던데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뭡니까?
▶자본주의 경제의 귀추가 점점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요. 코로나 펜데믹 때문에 더 심해졌지만 어쨌든 디지털 기업의 자산 가치나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지금 미국 증권시장에서도 그렇고요. 예를 들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 수익은 사실은 데이터에 의존합니다. 그런데 고용효과는 별로 없죠. 고임금을 받고 있지만 사실 많은 고용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금소득 형태로 아래로 분해되지 않습니다. 이게 문제인 건데요.
그 대안은 디지털 기업들의 이윤 원천인 빅데이터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에서 발견될 수 있는데그러니까 디지털 기업들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그들의 이윤 일부를 일종의 데이터 로열티죠. 기술 로열티하고 비슷한 비유를 사용하죠. 데이터 로열티를 지불해야 된다는 겁니다. 이게 기본소득 재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노동주의가 기본소득의 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씀을 하셨던데, 이건 어떤 의미에서 그렇다고 보시는 겁니까?
▶일하지 않으려는 자는 먹지도 못하게 하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제 생각에 이 구절의 중요한 점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일하지 않은 자가 아니라 일하지 않으려는 자에게 먹지도 못하게 하라는 겁니다.
실업자는 일하지 않으려는 자가 아니죠. 불안전한 노동자도 마찬가지고요. 두 번째는 일의 개념인데요. 일이란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모든 유의미한 활동, 집에서 인강 활동 하는 것도 포함되고 자원봉사도 포함되고 다 포함되는 거죠. 사실은 자본주의 임금노동만을 일로 보고 신성시하는 겁니다. 저는고용유지를 위해서 해고 반대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응원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임금노동이 신성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거꾸로 인간이 존엄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임금노동 일자리 이외에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지지할 수 있는 것이지 임금노동이 신성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자리의 수나 구성에도 변화가 오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국가의 역할이 모두의 통장에 월 30만 원씩, 80만 원씩 이런 기본소득을 송금하는데 머무는 건 옳지 않다. 극심한 양극화, 불평등 속에 대다수가 수동적이고 불행한 처지로 내몰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소장님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기본소득에 대한 굉장히 큰 오해 중에 하나가 이 제도를 단지 돈을 나눠주는 거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돈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한테 시간과 여유를 나눠주는 거기도 합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개인들의 협상력이 높아져서 질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회 정치적인 참여도 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 처지가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처지로 시민들이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국가의 성격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국가가 산업정책이나 노동시장 정책, 일자리 정책 하는 거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안 될 거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 매몰해서 생태적 가치나 일자리 질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결국 지금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 점점 더 경제적인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항공사가 부도가 나니까 금융 지원하는 게 아니라 아예 기본투자를 하게 됐어요. 국가가 기본 투자하는 것이죠, 기업에. 일종의 최종 소유자 국가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지나면 이걸 다 민영화해왔잖아요. 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을 오히려 민영화할 게 아니라 그 이윤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책에서 제가 이걸 공유 지분권형 기본소득이라고 불렀죠. 국가 지분이 기본소득 재원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분 투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본투자해서 이득이 생기면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수 있다. 오히려 국가가 산업정책을 할 때도 기본소득과 연동해서 산업 정책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하나 논란이 되는 부분이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 원씩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고 한다면 모두 180조의 재정이 필요한데 한 해 보건복지 예산을 다 쏟아 부어야 할 정도로 천문학적 재정인데 이게 현행 복지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지는 않고서는 이게 어떻게 가능할 건가.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들 나오는데요. 이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지금 있는 재원만 가지고 기본소득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저는 주장하지 않습니다. 기본소득 맛보기를 할 수 있는데 제대로 기본소득하려고 한다면 증세를 하든지 아니면 외부 재원, 예를 들어 아까 국가 지분형 투자라든지 이런 것처럼 외부 재원을 마련하든지 그런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있는 복지를 축소할 필요가 없죠.
▷그러면 지금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언제쯤 가능할 걸로 내다보세요?
▶글쎄요. 대선 전까지는 논의시기가 이어질 것 같고요. 그리고 대선 전에 로드맵이 나오지 않을까. 아무래도 정치적 정쟁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국회 회기가 끝난 2024년도면 실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다음 정권 이후에 그리고 2024년. 22대 국회가 들어서면 기본소득이 현실로 자리 잡지 않을까. 이렇게 내다보고 계시네요.
▶물론 희망이지만 그렇게 될 여지가 충분하지 않나 판단합니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모두의 몫은 모두에게-지금 바로 기본소득>의 저자인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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