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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문화(교황청 문화 평의회 참가 보고서)

작성자 : 홍기선 작성일 : 2015-02-14 조회수 : 1692

여성 문화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 참가 보고서-



이성효 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



* 교황청 문화평의회 정기총회가 2015년 2월 4-7일, ‘여성 문화: 평등과 차이(Women’s Culture: Equality and Difference)’라는 주제로 로마에서 열렸습니다. 2014년에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으로 임명되신 이성효(리노) 주교님께서 정기총회에 다녀오신 뒤, 주제 발표와 토론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내주셨습니다.

2015년 2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여성 문화’라는 주제로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가 개최되었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31명의 정회원(위원), 35명의 자문위원, 19명의 추천위원이 함께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인 수원교구의 이성효 총대리 주교가 정회원으로서, 코스타리카 대학의 철학과 한국학을 담당하고 있는 개신교 장로회 소속 자매 최현덕 교수가 자문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첫날 개회식은 로마의 국립극장인 ‘아르헨티나 테아트로’에서 열렸다. 교황청 문화평의회 회장 잔프란코 라바시 추기경의 개회사에 이어, 세계 각지의 여성들이 직접 참여하여 제작한 ‘여성의 삶(Life of Women)’이라는 동영상과 사진 여러 편을 현장의 나레이션으로 함께 감상하면서 또한 일부 참가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와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면서 여성의 문화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전체 회의는 4개의 소주제로 진행되었다. 첫째, 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여성성의 평등과 차이, 둘째, 상징적 코드로서의 ‘generativity', 셋째, 문화와 생물학 사이의 여성의 몸, 넷째, 여성과 종교 - “교회의 삶에 있어 도피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참여인가?”라는 주제였다.

‘여성의 삶’ 동영상과 참가자 나눔으로 여성 문화에 접근
여성과 남성, 인격적으로 평등하면서 고유한 차이
생명 낳고 기르는 가치,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 아냐
미용 성형수술은 여성 신체 상품화하는 몸에 대한 폭력
교회 구조 안에서 여성사목에 기여할 방안 논의


첫 번째 섹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여성의 평등과 차이”에서는 여성성이 갖는 고유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내용의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남성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여성 이해가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인격적으로 평등하면서도 고유한 차이를 함께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여성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시각을 제공하였다.

두 번째 섹션은 “상징적 코드로서의 ‘generativity’”라는 소주제로 진행되었다. Wikipedia 사전에서는 generativity를 “relating to the ability to create or reproduce”(창조하거나 재생산하는 능력에 관계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개념은 신조어로서, 생명에 대한 열망을 갖고, 생명을 이 세상에 탄생시키고, 돌보아 길러내며 보살피고, 종국에는 떠나보내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그리고 교육 등 각 방면에 걸쳐 여러 종류의 긍정적, 부정적 문제들과도 결합되어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상징적 코드로서의 Generativity 개념에 초점을 맞추었다. 토론 과정에서, Generativity가 갖고 있는 훌륭한 가치들을 재발견하였으며, 동시에 이러한 가치들이 현재 사회 속에서 또 교회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 못함도 지적했다. 또한 이 가치들은 여성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지만, 실제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앞으로 이에 대한 발전적인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문화와 생물학 사이의 여성의 몸”이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여기서는 세 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바티칸 박물관 현대미술관장을 맡고 있는 미콜 포르티(Micol Forti) 박사는 여성의 몸을 재현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품을 보여주면서, 주체, 객체, 시선, 폭력 등 여성의 몸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일깨웠다. 이어 세계 육상 선수권대회, 올림픽 수상경력의 육상 선수인 피오나 메이(Fiona May)가 체육인으로서 몸의 의미, 특히 ‘나’의 궁전(Temple)으로서 몸, 명상하는 몸에 관해 이야기하여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수십 년에 걸쳐 성매매여성들을 위해 일해 온 오이제니아 보네티(Eugenia Bonetti) 수녀가 상품화된 몸의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의를 환기시켰고 핍박받는 여성들에 대한 기도와 관심을 부탁했다. 인간 존엄성, 몸의 존엄성의 회복을 위한 보네티 수녀의 정열적인 호소는 듣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어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미용․성형수술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몸에 대한 폭력의 문제가 제기되어, 여성의 몸과 관련된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 곧 여성의 몸이 지닌 내적인 고유성과 정체성이 상품화 혹은 외모지상주의와 상업주의에 의해 점차 사라져가는 사회적 위기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여성과 종교 - 교회의 삶에 있어서 도피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참여인가?'하는 제하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파리 교구 신학교(l'école cathédrale de Paris)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안느마리 펠레티에(Anne-Marie Pelletier)가 발제를 맡았다. 도덕주의적인 시각에 압박받지 않는 여성을 향한 복음 선포는 어떤 것인가? 혼인과 가정을 향한, 종교적인 정화를 향한 소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위해 그리고 사목적 실천의 쇄신을 위해 암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발제가 있었다. 논의 과정에서 교회생활과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또한 교회의 구조 안에서 여성 사목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마지막 날은 성 베드로 사도 무덤 맞은편, Grotte Vaticane ‘Ad Caput’에서 마지막 미사를 드린 후, ‘미래의 여성, 교회, 그리고 문화’라는 마지막 강연을 듣고, 이번 총회에 대해 함께 돌아보고 평가한 후, 다음 총회의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