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4년 한국 천주교회 - 올해 최대 관심사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월호 - 올 한 해 동안 천주교 뉴스가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월호 참사’로 드러났다.
2014년 연말을 맞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는 천주교계와 일반 매체의 천주교 기사 제목을 분석, 올해 한국 천주교회의 관심사를 알아봤다. 2013년 12월 2일부터 2014년 12월 1일까지 보도된 뉴스 중에서 교계 매체(평화방송, 가톨릭신문, 평화신문)의 천주교 기사 전체, 일반 매체 중에서는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언론에 비친 가톨릭’의 기사 목록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집계에 사용한 기사는 일반 매체 2,158건, 평화방송 213건, 가톨릭신문 2,116건, 평화신문 1,482건이다. 교회 안과 밖의 관점을 비교하기 위해, 교계 신문인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의 기사 3,598건을 ‘교회 안’으로, 천주교 매체이지만 시사 보도 비중이 높은 평화방송과 일반 매체 기사를 합친 2,371건을 ‘교회 밖’으로 묶어 집계했다. ‘교회 안’과 ‘교회 밖’ 기사 제목에 자주 쓰인 표제어를 상위 10개씩 집계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두 범주에서 겹치는 표제어는 파란색 글씨로 표기했다.
교계 매체 기사 3,598건 | 일반 매체+평화방송 기사 2,371건 | 순위 | 표제어 | 사용 빈도 | 순위 | 표제어 | 사용 빈도 | 1 | 시복 | 123 | 1 | (교황) 프란치스코 | 213 | 2 | (교황) 프란치스코 | 118 | 2 | 세월호 | 103 | 3 | 생명 | 109 | 3 | 염수정 추기경 | 93 | 4 | 세월호 | 97 | 4 | 평화 | 69 | 5 | 성지 | 96 | 5 | 시복 | 65 | 6 | 가정 | 65 | 6 | 성지 | 63 | 7 | 순례 | 62 | 7 | 시국미사 | 50 | 8 | 선교 | 55 | 8 | 순례 | 43 | 9 | 염수정 추기경 | 38 | 9 | 동성애(동성결혼) | 34 | 10 | 평화 | 24 | 10 | 가난 | 22 |
<표1>2014년 천주교 기사의 표제어 사용 빈도(교계-일반 매체 분리) 교계, 일반 매체 기사 5,969건 | 순위 | 표제어 | 사용 빈도 | 순위 | 표제어 | 사용 빈도 | 1 | (교황) 프란치스코 | 331 | 5 | 염수정 추기경 | 131 | 2 | 세월호 | 200 | 6 | 순례 | 105 | 3 | 시복 | 188 | 7 | 평화 | 93 | 4 | 성지 | 159 | | | |
<표2>2014년 천주교 기사의 표제어 사용 빈도(교계-일반 매체 합산) 교회 안팎의 공통 관심사
 <그림1>2014년 천주교 기사의 표제어 사용 빈도 합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름이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천주교 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선출 직후부터 그는 소탈하고 겸손한 언행, 사회 문제에 대한 명쾌한 가르침과 실천으로 국제 뉴스의 단골이 됐는데, 올해는 한국 방문으로 국내 뉴스에도 친근한 인물이 됐다. 방한 공식 발표가 있었던 3월부터 교황의 삶과 사상에 대한 기획 보도가 이어졌고, 8월 방한 기간에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상세히 보도됐다. 이후에는 10월에 로마에서 실시된 가정에 관한 주교 시노드 임시총회, 교황 방한의 취지를 이어가려는 국내 교회의 움직임이 조명됐다.
올해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교회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일반 매체에서는 방한 기간에 줄곧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애도에 동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행,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주축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미사 소식이 집중 보도됐다. 교계 매체에서는 이와 더불어 참사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성찰, 천주교 신자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주교들의 모습, 수원교구와 광주대교구를 중심으로 실행된 유가족 지원 사목활동이 소개됐다.
조선시대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이와 관련해서 국내 곳곳에서 이뤄진 천주교 성지와 순례 프로그램 개발도 매체들이 주목한 주제였다. 교계 매체에서는 ‘시복’이 올해 가장 많이 다룬 주제로 꼽혔다. 시복의 의미, 순교자 124위의 삶, 관련 성지를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1년 내내 꾸준히 게재한 덕분이다. 시복식이 교황 방한 기간에 있었던 만큼, 일반 매체의 보도는 시복이 결정된 2월부터 교황 방한 시점인 8월까지에 집중됐다.
올해 1월에 추기경에 서임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교회 밖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2006년(정진석 추기경) 이후 8년 만에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하면서 염 추기경의 삶과 면모가 소개됐고, 사회 지도자들과의 만남, 개성공단 방문, 추기경 회의와 주교 시노드 참석 소식이 보도됐다.
평화는 교황 방한에서 순교자 시복 다음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주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5월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데 이어, 8월 방한 마지막 날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간구했다. 11월 한일 주교 교류 모임에서도 양국 주교단은 공동 성명을 통해 양국의 평화, 아시아의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이 밖에 천주교 뉴스에서 ‘평화’는 환경 수호, 사회적 갈등 해결, 역대 교황들의 사회교리 문헌과 관련해 자주 쓰인 주제어였다.
안에서 본 교회: 사회와 관심사 공유하되 전통적 가치에 집중  <그림2>2014년 천주교 기사의 표제어 사용 빈도(교계 매체) 올해 교계 신문의 주요 관심사는 일반 매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중시해 온 주제들도 꾸준히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생명-가정에 관해서는 주교회의와 지역 교구에서 활동하는 기구들의 활동이 주로 다뤄진 가운데,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실시한 ‘생명과 가정’ 실태조사 분석,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생명의 복음> 해설, 생명존중 캠페인, 국내외 생명활동가 인터뷰, 교계 신문 기자의 출산 양육 체험기, 빈곤한 가정을 돕는 이웃돕기 캠페인 등 교리와 현실을 골고루 짚은 기사들이 선을 보였다. 특히 10월에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열린 주교 시노드 임시총회를 전후해 주요 안건과 결정사항을 해설한 기사들이 많이 게재됐다.
그리스도인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에 관해서는 해외 선교에 대한 보도 비중이 높았다. 해외 선교사들의 체험담을 게재하는 ‘선교지에서 온 편지’ 시리즈, 대륙별 한인 선교사회 모임, 평신도 선교사들의 해외 파견 소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 제26회 아산상 대상을 수상한 안광훈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 등 한국에서 반세기 가까이 활동한 외국인 원로 선교사들의 소식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밖에서 본 교회: 교황과 세월호, 호기심과 기대  <그림3>2014년 천주교 기사의 표제어 사용 빈도(일반 매체)
일반 매체 보도에 자주 등장한 주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것들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주 언급된 주제어는 시국미사와 동성애였다. 작년의 시국미사 소식은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에 관한 것이었는데, 올해는 미사 주제가 세월호 참사로 바뀌었다. 미사의 주관 단체인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도 자주 언급됐으며, 이를 비판하는 보수단체들의 활동 소식도 드물지 않게 보도됐다.
동성애에 관한 교회의 논의는 주교 시노드가 열린 10월경에 집중 보도됐는데, 시노드 중간보고서와 최종문서에 언급된 동성애자들에 대한 주교단의 견해가 주로 다뤄졌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으로 시노드에 참석했던 강우일 주교의 귀국 후 인터뷰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시노드에서 빈곤과 가정 해체, 혼인 교리교육의 내실화, 이혼과 재혼자 사목, 일부다처제를 비롯한 지역의 관습과 가톨릭 교리의 긴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일반 매체의 이목이 동성애에만 쏠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밖에 교황의 가르침에서 일반 매체가 특히 주목한 주제는 가난이다. 가난에 관한 교황의 연설을 소개한 국제뉴스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대신 영등포 요셉의원,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의 수녀들 등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천주교 기관과 인사들의 미담이 다뤄졌다. 교황 방한 이후에 이뤄진 주교회의 사목연구소 설문조사에서 신자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교회의 우선 과제로 꼽았고, 조사 결과를 받아든 주교단은 10월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프란치스코 통장’을 만들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