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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의 멋진 사제

작성자 : 홍기선 작성일 : 2014-11-20 조회수 : 1809
위령성월에 만난 사람/ 유가족에게 편지 쓰는 용영일 신부(춘천교구 부활성당 추모관 담당)

위로의 손편지, 유가족 마음 ‘토닥토닥’




“사랑하는 형제님. 세상을 떠난 분을 위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뿐이라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하지만 그 기도가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기에 기도할 수 있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형제님의 아픔을 주님께서 위로해 주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기도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부활성당 용영일 신부 드림.”



하얀 화선지에 붓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쓴 편지에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말이 가득했다. 세상을 떠난 이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용영일(춘천교구 부활성당 추모관 담당) 신부가 한 유가족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용 신부는 추모관에 가족을 안치한 유가족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보내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부임 후 1년여 동안 쓴 편지가 벌써 400통이 넘는다.

12일 아침 춘천 신동면 부활성당 추모관을 찾았다. 매일 오전 10시 30분 추모관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용 신부는 미사 후 봉안실로 향한다. 망자(亡者) 한 위 한 위의 봉안단 앞에 서서 그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바쳤다. 꼬박 50여 분이 걸렸다.

오후에는 유족들에게 편지를 쓴다. 서두에는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글을 옮겨 적는다. “돌아가신 분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기도와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많이 슬프고 힘드시겠지만 힘을 내십시오” 등 위로를 전한다.



1년여 동안 400통 편지 써

“본당 사목을 할 때 장례가 있으면 유가족에게 편지를 써드렸는데, 고마움을 표현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이곳에 부임해서도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싶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죠. 답장을 써주시는 분도 있고, 전화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하신 분도 있어요. 제 편지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1년여 동안 400여 위가 추모관에 안치됐고, 용 신부는 슬픔에 잠긴 수많은 유가족을 만났다. 특히 자식이나 배우자를 먼저 보낸 이들의 슬픔은 무척 컸다. 일찍 생을 마감한 30~40대 젊은이들이 안치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사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유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기도와 편지를 통한 위로뿐이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는 매일같이 추모관을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 봉안단 앞에서 사진만 한동안 쳐다보다 돌아가는 유족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유족들이 추모관을 자주 찾고, 편안하게 머무르다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별자 상담실도 운영할 계획

“빵이나 쿠키를 굽는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 쿠키 굽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추모관에 있는 카페에서 직접 쿠키를 구워볼 생각이에요. 12월부터는 사별자들을 위한 상담실도 운영할 계획이에요. 슬픔을 표현하면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간이 될 거예요. 갤러리도 꾸밀 예정입니다. 추모관이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떠난 이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용 신부는 이와 관련, “여러 가지 말보다 곁을 지켜주면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게 큰 위로가 된다”면서 “세상을 떠난 이뿐 아니라 남은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많이 바쳐달라”고 당부했다. 용 신부는 “오는 29일 오후 2시 ‘그레고리오 성가와 함께하는 위령미사’가 봉헌되는데 많이 참례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