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60주년 기념 상본
매듭을 푸는 성모님 제대 벽화 이야기
이 성화는 하늘로 승천한 성모님이 7개의 별로 장식된 왕관을 쓰고 계신 모습의 그림이다. 성모님은 붉은 색의 옷을 입고 계시고, 어께 위에서 허리까지 휘감은 푸른 망토를 걸쳤으며, 젊고 아름답다. 매우 평화로운 자태로 당신께 맡겨진 일에 온통 집중하고 계신 모습이다. 크고 작은 매듭으로 헝클어진 리본을 푸는 일을 하고 계신다. 왼쪽의 천사가 헝클어진 리본을 올려드리고 있고, 오른쪽의 천사는 이제 거의 다 풀려 자유롭게 미끄러져 내리는 리본을 가지런히 받쳐 들고 있다. 이 그림은 실제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1612년에 소피아 임호프(Sophia Imhoff)와 혼인한 독일의 귀족 볼프강 란젠만텔(Wolfgang Langenmantel)의 이야기가 그 배경이다. 그들의 혼인생활은 얼마가지 않아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진 혼인생활, 이혼의 급박한 위기감이 닥쳐오자, 볼프강 란젠만텔은 파경을 피하기 위해 인골스타트(Ingolstadt)로 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예수회 사제 자콥 렘(Jakob Rem)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 사제는 경험과 자애심 그리고 뛰어난 지성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동정 성모 마리아에게 청한 기도의 간구와 이 지혜로운 사제 덕분에, 볼프강 란젠만텔은 특별한 은총을 체험하게 되었고, 그의 가족의 상황은 좋아졌다. 그 당시, 한 가지 전통이 있었다. 혼인하는 신랑과 신부에게 여자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리본이 선물되었는데, 이것은 그 두 사람의 혼인의 불가해소적 일치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그 리본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을 하나로 합쳐서, 혼인예식 중에 둘을 포옹하게 한 다음, 한 몸이 되게 묶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1615년 9월 28일, 자콥 렘 신부는 ‘눈(雪) 속의 동정 마리아 성화’ 앞에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란젤만텔 부부의 혼인리본을 치켜들고 장엄한 예식을 하던 중, 어느 순간 갑자기 그 리본의 모든 매듭이 풀려 미끈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사건이 확인된 후, 그 위기의 부부는 이혼을 피하게 되었고, 혼인은 지속되었다.
그 귀족의 아들(예로니무스 란젤만텔, Hieronymus Langenmantel)은,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그리고 감사의 표시로, 1700년에 가족제대를 봉헌할 결심을 하였다. 독일의 페를라흐(Perlach)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제대가 바로 그렇게 마련된 것이다. 착한 의견의 어머니께 봉헌되었다. 그는 그 당시의 화가, 요한 멜키올 쉬미트너(Johann Melchior Schmidtner)에게 제대 뒷면 벽화를 그리도록 하였는데, 그 벽화의 그림을 혼인리본의 매듭들을 풀고 계신 성모님으로 묘사하도록 하였다. 그림 하단에 라파엘 대천사가 보이는데, 토비아를 사라에게 인도하는 중이다. 사라는 토비아의 배필이 될 사람이다(토비아 12,6-7; 12-18).
이 그림이 나타내고 있는 혼인의 의미는 일찍이 새로운 함축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즉 페를라흐(Perlach)의 매듭의 성모님은 풀어야할 많은 어려운 상황을 위해 일찍부터 공경되어지고 청원 기도의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바이에른(Bayern)의 작은 경당의 이 성화와 매듭들을 푸는 성모님의 공경은 온 세상에 전파되었는데, 1980년에는 아르헨티나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은 당시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교구장이신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노력 덕분이었다. 2013년 3월 13일 교황이 되신 후, 특별알현 접견실에 이 성화를 모셔두고 기도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