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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세상을 바꾼 사람, 교황 프란치스코’ | ||||||||||||||||||
[제작기] <세계는 지금> 교황 취임 1주년 특집 ‘교황 프란치스코’ 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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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준비해 어렵사리 받은 교황청 임시 취재증을 가슴에 달고 성 베드로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를 한 시간여, 뒤쪽 어딘가에서 환호성이 들리더니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타났다.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수만의 인파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프레스석을 지나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 세계 취재진을 보고 건넨 인사였겠지만 그 인사가 분명 나를 향한 것이었다고 확신 혹은 착각하며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겠다고 결심했다. 교황과 나의 거리는 3미터도 되지 않았다! 평생 종교시설 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무신론자임에도 나는 아직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댄다. 지난 2월 19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는 교황이 일반 순례객을 알현하고 또 그들에게 강연하는 ‘일반알현’이 열렸다. 매주 수요일 개최되는 이 행사에 <세계는 지금> 그리고 나도 함께했다.
교황은 방탄 장치도 없는 차량을 타고 광장 이곳저곳을 돌면서 인사를 건넸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 혹은 특별히 교황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을 지나면 항상 차를 세웠다. 일일이 그들과 입을 맞추고 사진을 찍고 잠시라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줬다. 한 순례객이 건네는 음료수도 거리낌 없이 받아 마셨다. 그뿐만 아니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아픈 사람과 장애인들이 교황이 가장 잘 보이는 소위 ‘S석’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교황의 행동, 발언, 하나하나에 5만명의 전 세계 순례객들은 열광했다. 한 미국인 신혼부부는 곱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교황의 축복을 받으러 왔다”며 취재진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히잡을 쓴 이슬람교도들도 교황을 보며 행사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나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교황에 대해서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고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주변 상점들은 교황의 치솟는 인기 덕에 매출까지 크게 늘었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조그마한 도시 ‘이졸라 빈센티나’. 이곳에 사는 ‘비니치오 리바’ 씨를 만났다. 그는 40년 전, 15살이 되던 해에 발병한 신경섬유종증으로 온몸이 혹으로 덮여 있다. 버스에 타면 사람들은 피했고 놀려 댔다. 친구도 없었고 외출도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교황을 만난 뒤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이웃들은 환하게 웃어주며 그를 반기고 그를 모르던 사람들도 ‘교황을 만난 사람’이라며 커피를 사주며 안부를 묻는다. 심지어 ‘한국 방송사에서 찾아올 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멀리서라도 교황을 한 번 보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을 찾았던 비니치오 씨. 교황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큰 병이 있으니 저에게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지만 그럴 말을 할 틈도 없이 교황은 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안부를 물었다. 심장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고 하는 비니치오 씨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비니치오 씨처럼 세상에서 소외당하며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황은 처음으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슈퍼 영웅’이 되고 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 22일, 새 교황 취임 이후 최초로 추기경 서임식이 열렸다. 추기경 서임에서도 프란치스코의 개혁정신은 그대로 투영되었다. 우리나라의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19명의 새 추기경 중 11명의 추기경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배출되었다. 부르키나파소, 아이티, 세인트루시아 등 세계에서 가장 힘없고 가난한 나라에서 추기경이 배출되었다. 세계는 또 놀랐다. 바티칸을 둘러싸고 있던 유럽 중심주의를 탈피하고 ‘가톨릭의 세계화’를 이루어 내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교황은 서임식에서 새 추기경들에게 “세상의 차별과 맞서 싸우라”고 당부했다. 물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교황은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이 가장 많다. 동성애자들에게 자비를 베풀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교황이 ‘게이 천국’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비판도 있다. 하지만 교황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움츠러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그러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즐기는 듯이. 얼마 전, 교황은 “악행을 중단하지 않으면 마피아는 지옥에 갈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마피아가 교황을 노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교황과 마피아. 뜬금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교황에게 마피아는 가톨릭 교회를 개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지난 수 세기 동안 바티칸의 부패한 성직자들은 바티칸 은행을 매개로 이탈리아의 마피아들과 검은 거래를 일삼아 왔다. 바티칸이 ‘치외법권지역’이라는 것을 이용해 돈세탁을 서슴없이 저질러 왔고 외화 밀반입도 단골 범죄였다. 최초의 남미출신 교황은 유럽의 기득권 교회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바티칸 은행’ 개혁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 개혁을 진두지휘할 ‘경제평의회’ 수장에는 유럽 출신이 아닌 호주 출신의 조지 펠 추기경을 임명했다. 마피아와 맞서 싸우는 교황. 정말 대단하다.
비바! 파파 프란체스코! (Viva! Papa Frances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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