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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하나 되는 춘천교구 공동체
- 복음 선포의 사명을 살아야 하는 우리들 -
1. 선한 마음을 간직하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교형자매들, 수도자들, 그리고 형제 사제 여러분. 새로운 전례주년을 시작하는 오늘, 저는 춘천교구장으로서 첫 번째 사목교서를 발표하면서, 사랑 자체이신 주님의 평화와 은총을 청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강복합니다.
교회의 선교 사명
2.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인간이 되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마지막 육성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주님의 구원 사업이 영속되도록 위대한 선교사명을 받게 되었고, 구원의 성사인 교회는과거로부터 지금까지선교하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이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습니다. “교회는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청중을 신앙과 신앙 고백으로 이끌어 세례를 받도록 준비시키고, 그들을 그리스도께 합체시켜 사랑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에 이르기까지 자라나게 한다”(교회헌장 17항).
과거의 회상과 직면한 도전
3.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이 땅에 살도록 섭리하셨고, 이 지역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주셨습니다. 타오른 신앙의 불꽃은 백여 년에 걸친 모진 박해에도 꺼지지 않았고, 동방의 작은 나라는 이제 온 세상 복음화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는 참으로 수많은 순교 선열들께서 흘리신 피에 대한 주님의 응답이었습니다. 우리 춘천교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신앙의 선조들이 자리 잡았고, 옹기를 구우며 믿음의 유산을 지킨 선조들의 땀과 헌신의 토대 위에 춘천교구가 세워졌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분단과 전쟁, 가난과 역경의 시련 속에서도 우리 교구는 발전을 거듭했고, 주님의 섭리 아래 이 지역과 세상을 위한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하였습니다. 그 모든 십자가의 길을 주님과 함께 걸어온 역대 교구장들을 비롯한 사목자들과, 하느님 백성 모두의 희생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4.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부의 편중과 양극화, 만연한 반생명적 풍토에서 기인하는 사회적 문제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특히 높은 이혼율로 대변되는 가정의 붕괴는 가장 걱정되고 두려운 현실입니다. 또한 이미 두 세대를 넘어선 민족 분단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가늠키 어려운 어둠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5.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런 현실은 교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 존재하고 세상과 그 호흡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육신의 생명을 해치는 칼날이 우리를 위협했다면, 오늘날은 영원한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이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자칫 방심하고 영적인 무장을 소홀히 하면 우리는 시나브로 세상의 논리에 잠식되어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의 말씀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은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1베드 5,8-9).
이루어야 할 과제 및 목표
6. 이제 저는 우리 교구가 반드시 극복하고 이루어야 할 몇 가지 과제와 목표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새 교우들의 입교와 냉담교우들의 회두를 위한 선교활동의 활성화입니다.
6-1.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이미 최선을 다해 예비자 모집과 교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우리 교구의 복음화율은 아직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더욱 분발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방법을 모색하고, 그에 합당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며, 필요하다면 지역 내 본당이 사목적으로 연대하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6-2. 특히 냉담교우 문제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냉담교우들의 회두를 위한 전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을 특별히 강조해 드립니다. 이를 위해 이제 우리 모두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각 본당에서는 사목자를 중심으로 하는 모든 기구와 단체들의 유기적 협력이 요구됩니다. 필요하면 선교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본당과 지역, 그리고 교구 전체가 혼연일체 되어 선교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입시다.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과 단체의 최우선의 사목과 활동은 선교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7. 두 번째는 사제 양성을 위한 노력입니다. 사제 양성이 교회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7-1. 지난 8월에 우리 교구는 주님의 은총으로 백 번째 사제를 서품하였지만, 우리 교구 사제 양성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다변화되고 전문화된 사목 환경 속에서 우리 교구의 사제 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특히 분단 교구로서 휴전선 이북지역의 사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신학생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양성은 물론, 지속적인 신학생 발굴을 위한 예비 신학생 관리와 지원은 교회의 미래를 위해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상 과제입니다.
7-2. 이처럼 중차대한 목표를 위해 교구에 성소국을 신설하였습니다. 이제 교구의 신학생 양성은 성소국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성소 양성의 최우선의 책임은 교우 가정과 본당에 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싹이 튼 성소는 본당에서 자라납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제들은 언제나 성소계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원하며, 사제적 표양을 보여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각 본당과 지역에서는 성소국과 적극 협조하여 예비 신학생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교구에 좋은 성소자를 더욱 많이 보내주시도록 교구 공동체 전체가 열심히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8. 세 번째는 청소년 사목의 활성화입니다. 교회에 청소년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이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매우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우선 자녀들의 신앙 교육을 위한 부모들의 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신자인 부모에게 있어 자녀들을 올바른 신앙으로 양육해야 하는 것은 자녀를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대한 가장 큰 의무입니다. 물론 본당에서 청소년 사목에 더욱 많은 노력과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관심사와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목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청소년 사목을 위한 교구 내 모든 구성원들의 더 큰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9. 마지막으로 저는 이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영적 쇄신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극복과 목표의 달성은 결국 우리 자신과 교회의 쇄신과 복음을 사는 노력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교회 안에서 시작하여 세상으로 전해지는 참되고 선한 삶의 표양이 필요하며, 그러기위해서는 진정으로 나눔과 친교를 실현하여 참된 복음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가 설정된 지 80주년이 되는 2019년에는 우리 교구 지역의 복음화율 10%를 꼭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합시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
10. 친애하는 춘천교구의 하느님 백성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목자로 착좌하면서 우리 교구의 70주년을 성대하게 경축하고, 더 큰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여러분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앞날에는 여전히 많은 도전과 시련이 있겠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굳센 용기를 다해 사랑으로 하나 되는 춘천교구 공동체를 만들어 나갑시다.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 주시리라”(시편 37,5).
11.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자신을 봉헌하며 헌신하고 계신 우리 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시 한 번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언제나 풍성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0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춘천교구장 김운회 루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