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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청>법원혼인법의 이론과 실제 - 12. 근본 유효화(Sanatio in Radice)

작성자 : 법원 작성일 : 2008-10-22 조회수 : 6015



12. 근본 유효화(Sanatio in Radice)

 
 

  며칠 전 유모차와 함께 온 젊은 부인을 성당 마당에서 만났습니다. 낯선 분이지만 경계하는 빛이 보이지 않기에 반갑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습니다. 본능적 직감으로 신자라는 것과 풀어야 할 불편한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마디 건네며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성당 가까이 이사와 한 번 들렀다며 조금씩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있기에 어느 성당에서 혼인하였는지 그리고 남편도 신자인지를 물었습니다. 냉담 중에 비신자인 남편과 예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지금껏 교회 밖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남편과 함께 성당에 나와 혼인 문제와 신앙 문제를 해결하자고 종용했습니다만 그분의 낯빛은 어두웠습니다. 남편이 아내와 아이의 신앙생활을 반대하진 않으나 본인이 성당에 오는 것은 몹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성당 가까이 이사 왔으니 조금씩 신앙을 이야기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고 체념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언젠가 마음이 열릴 것도 같다며 나름대로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서 가려는 분을 제가 붙들었습니다. 해결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시간이 어찌되었든 간에 지금 간절히 신앙생활을 원한다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성당에 나오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성당 주변만 맴돌고 있는 그들을구제할 방법을 교회는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체하면 또다시 깊은 냉담 생활로 되돌아갈 확률이 높은 그들의 신앙을 지금 당장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남편을 굳이 성당에 데려오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시작된 혼인 생활, 그러나 아직 교회로부터 인정 받지 못한 그들의 삶을 교회 안에서 건강한 혼인으로 유효화 시킬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를 ‘혼인의 근본 유효화(Sanatio in Radice)’라 부르고 교회법(제1161조-제1165조)으로 세부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자가 혼인할 때 교회법적 형식을 따르지 않고 예식장에서 혼인 서약을 한 후 냉담 상태로 생활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어느 날 정신이 들어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나 혼인 장애로 인해 성사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신자가 아닌 배우자를 성당에 데리고 와 관면혼인을 하려고 해도 비신자인 배우자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신자인 배우자와 자녀들의 신앙생활은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때에는 신자인 배우자만이 사제 앞에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신앙생활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교회법적 혼인형식과 미신자 장애 관면을 받고 애초에 있었던 교회 밖의 혼인서약을 근본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이를 교회는 ‘근본 유효화’라고 합니다. 근본 유효화는 교구장 주교가 해 주는 것이나 통상적으로 사법대리에게 위임되어 교구 법원에서 이를 취급합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본당 신부를 만나 자신의 문제를 소상히 말씀드리면 됩니다. 본당 신부는 사법대리를 통해 복잡해 보이는 이 문제를 간단히 처리할 것입니다. 문을 두드리십시오. 언제나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