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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내면본당 용영일 신부 성전 짓는 이야기 "







"감자떡, 만두 팔아 하느님 집 지어요"










▲용영일 신부(가운데)가 신자들과 성당 신축 얘기를 하고 있다. 새 성당은 마당 윗쪽에 짓고, 지붕에 눈 쌓인 풍경이 정겨운 옛 성당은 산골 어린이들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신축기금을 약정한 서울 갈현동본당 신자 360명에게 일일이 친필 편지를 쓰고 있는 용영일 신부. ▲홍천시장에서 감자떡 장사를 하는 용 신부 어머니 임금녀씨가 감자떡 하나를 아들 신부 입에 넣어주고 있다.

 춘천교구 내면본당 용영일 신부는 며칠 전 힘이 솟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애가 1000원을 썼다고 하네요. 가난한 산골에서 성당을 짓는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죄송해요. 제가 조금 더 보내 드릴께요."

 용 신부는 지난달 성당 신축기금 모금을 하러 서울 갈현동성당엘 다녀왔다. 그리고 1000원을 약정한 청소년이건 100만원을 약정한 재력가건 봉헌을 약속한 모든 이들에게 친필로 감사편지를 써서 보냈다.

 한 어머니가 아이 앞으로 배달된 산골 신부의 편지를 보고 "용돈을 그렇게 많이 타가면서 겨우 1000원을 봉헌하냐"고 아이를 나무란 뒤 건 전화였다.

 용 신부는 "1000원도 소중한 돈"이라며 "편지 한 통으로 벽돌 한 장을 얹는 마음으로 일일이 편지를 쓴다"고 말했다.

 용 신부는 그날 감자떡과 만두를 싣고 가서 팔았다. 감자떡은 어머니와 동생이 손수 빚은 것이다. 용 신부 어머니(임금녀 아가타)는 홍천시장에서 17년째 감자떡 장사를 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작고 가난한 본당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내면본당에 부임한 아들 신부가 성당을 지어야 할 것 같다기에 "이거라도 팔아 보태라"며 재료비만 받고 넘겨준 것이다.

 홍천군 내면은 「한국의 오지여행」 책자에 자주 등장하는 산마을이다. 본당 신자수는 130명, 주일헌금이라 해봐야 30만원을 넘지 못한다. 그나마도 고령자가 많아 환갑 나이는 젊은이 소리를 듣는다.

 성당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조 필립보(Philip Crosbie) 신부가 1959년 홍천본당에서 사목할 때 은인 도움을 받아 지은 공소 건물이다. 여기저기 금이 간 성당 외벽에 '윌슨 야고보와 헬레나가 친히 건립한 기념의 강당'이라는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50년이 다 된 건물이라 수리할 곳 투성이다. 여름이면 바닥에 받쳐 놓은 양동이에 똑똑 떨어지는 빗물소리를 들으며 미사를 봉헌해야 할 정도다.

 용 신부는 처음에 성당을 신축할 생각이 없었다. 시내 성당에서 얻어온 낡은 의자를 바꾸고 급한대로 몇 군데만 손보려고 했다. 고랭지 채소 농사로 겨우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억단위 건축비 얘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견적을 내봤더니 수리비가 2억원이 나왔다. 다 쓰러져 가는 건물에 2억원을 들이느니 차라리 다시 짓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지난 여름에 저녁미사 강론을 하는데 신자들이 전부 꾸벅꾸벅 조는 거예요. 하루종일 밭에서 일하다 겨우 손만 씻고 달려왔으니 얼마나 졸음이 쏟아지겠어요. 그날 강론을 무척 길게 했어요. 강론이 끝나면 자리에서 일어나야 되니까 단 몇 분이라도 더 눈을 붙이시라고 그렇게 한 거지요."

 용 신부는 "그날 이후로 농사철에는 분위기 봐가며 강론을 길~게 뽑는다"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허리 펴 볼 새 없이 땅을 파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신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묻어 있다. 성당 신축을 결심한 것도 그 무렵이다.

 "신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성당을 짓고 싶어요. 그러려면 바닥에 대리석을 깔아서는 안 되고, 화려해서도 안 됩니다. 대리석을 깔면 농부들이 흙발로 들어서기가 불편하겠죠. 언제든지 찾아와 기쁨과 위로를 얻는 우리집이 되려면 아늑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용 신부는 농부 마음을 안다. 그 마음을 알려고 내면에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구입한 게 삽과 장화다. 그는 농부들 성당에 왔으니 농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밭일을 다녔다. 농사체험이 아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을 빼고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지 내내 일을 나갔다. 신자들은 처음에 농기구를 챙겨 따라 나서는 신부를 보고 "며칠 저러시다 말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꾼 대우를 해준다.

 "신자들은 자신들이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누가 짓느냐고 물었더니 하느님이 농부라고 하는 거예요. 자신들은 그저 물 대고, 수확하는 사람일뿐이라는 말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는 "농사가 아니라 농사짓는 마음(農心)을 배우러 나가는 것"이라며 "날씨가 풀리면 다시 밭일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일꾼을 사기조차 힘든 집을 골라 다니느라 품삯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밭주인이 주머니에 찔러 넣어줘도 던져놓고 왔다. 올해도 그럴 생각이다.

 김문규(가브리엘) 사목회장이 "그러지 말고 품삯을 받아 건축비에 보태시지"하자 용 신부는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는 태연한 척 한다. 그러나 5억원 정도 예상되는 건축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건축비가 어느 정도 모인 다음에 설계에 들어갈 생각이다. 무턱대고 공사를 시작해 신자들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신자들은 이미 가구당 30~50만원씩 1차 약정했다. 산골에서는 적은 돈이 아니다.

 나머지의 상당 부분은 용 신부 몫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에게 가서 감자떡을 떼다 도시 성당으로 부지런히 팔러 다녀야 한다. 형편이 좀 나은 본당에서 사목하는 동창 신부들에게 아쉬운 부탁도 해야 한다.

 "모금강론을 할 때 우는 소리를 해야 효과가 높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신앙은 나눔입니다. 내면은 산 좋고 물 맑은 천혜의 휴양지입니다. 성당을 다 지으면 도시 신자들에게 활짝 열어 놓을 거예요."

 그는 "도시생활에 지친 신자들이 찾아와 신앙과 강원도 인심을 나눌 수 있는 하느님 집을 짓겠다"고 말했다. 도움주실 분: 농협 303095-51-024487 예금주 춘천교구 내면성당(033-432-0974)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2007. 03. 04발행 [9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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