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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속풀이처방] 멈춤의 시간



2020년 한 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비행기도 배도 뜨지 못하고, 사람들은 격리로 인하여 다니지 못하고, 거리는 마치 유령도시처럼 썰렁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그런데 2021년이 되어서도 코로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어서 얼마간 멈춤의 시간이 지속될 것 같다. 그래서 이 멈춤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하려 한다.
 
코로나로 멈춰선 일상
인간중심 사고 반성하고
고독감 속에 삶 돌아보는
피정의 시간을 가져보길

첫째, 인간쓰레기들을 조심하라. 몸이 아프면 온갖 잡균들이 몸을 더 힘들게 하듯이 사람 사는 환경이 열악해지면 잡균 같은 인간들이 설쳐댄다. 그중 대표적인 무리들을 소개한다. 먼저 종말론자들. 이들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신경증 환자들이다. 사회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독버섯처럼 생겨나서,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길거리를 헤매면서 신의 노여움과 천벌에 대하여 강변한다. 이미 수많은 사이비 교주들이 비현실적인 구원론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그들의 가정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불안·공포 유포자들. 이들은 케케묵은 예언들을 끄집어내 이현령비현령식으로 꿰맞추는 데 선수인 사람들이다. 작은 빌미라도 있으면 이를 확대 해석해서 사람들 마음속 불안의 불씨를 키우는, 그리고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즐기는 변태 성욕자들이다.
 
또 악성 정치인들. 이들은 사회적 상황을 자기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이용하는 무책임한 자들이다. 이들은 수준 낮은 정책을 남발하기 일쑤고, 근거 없는 말로 민심을 현혹하는 자들이다. 마지막으로 비관주의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미래를 향한 문을 닫아버리고 새로운 것을 보지 않으려 하며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자들이다. 이들은 성장을 방해하고 마비시키며 무언가 행동을 하기보다는 마약 중독자처럼 비현실적인 망상의 세계 속에서 살려고 한다.
 
둘째, 코로나 블루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것은 코로나 우울증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전체 인구 대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 우울증에 감염되었다. 느슨하지만 격리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심리적으로 취약해지며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코로나 우울증은 극단적 선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거리 두기를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달리 코로나 블루는 역(逆) 거리 두기, 즉 심리적인 거리를 없앰으로써 예방된다. 실제 만남은 어렵더라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안부를 묻고 고립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우리 삶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우선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배워왔고, 종교에서도 은근히 인간의 우수성을 가르쳐왔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지극히 인간중심주의이며, 지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고다. 지구의 입장에서 본 인간은 해충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머리에서 핵실험을 하지 않나, 지구의 허파인 바다에 쓰레기를 버려서 오염시키지 않나, 무차별한 개발로 자연을 훼손하고, 심지어 서로를 증오하고 살육전을 벌여서 지구를 피바다로 만드는 것이 인간이란 종자다.
 
지구가 보기에 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보일까? 해충들이다. 코로나는 지구가 해충들을 정리하려고 일으킨 전염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가 백신을 확보하면 코로나를 없애고 예전처럼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처럼 지구에 빌붙어 사는 주제에 지구를 훼손한다면 코로나보다 더 독한 전염병이 돌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교황은 우리가 지구에 가하는 훼손은 결국 감사하는 마음을 상실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은 그저 소유하는 데만 익숙해졌을 뿐 감사하는 마음은 잃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생태적 회심 (ecological convers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의 위기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위기의 전후가 같을 수는 없다.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진다.” 교황의 말처럼 위기 후 어떤 세상이 올지는 우리가 지금 이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며 어떻게 사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멈춤의 시간을 가톨릭 교회에서는 피정의 시간이라 한다. 세상살이를 떠나 고독감 안에서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피정이다. 지금 이 멈춤의 시간을 피정의 시간으로 사용한다면 과거보다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출처: 중앙일보] [홍성남 신부의 속풀이처방] 멈춤의 시간
중앙일보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97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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