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춘천교구 무료 급식소 ‘한삶밥집’ 운영 첫날

by 문화홍보국 posted May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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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구 무료 급식소 ‘한삶밥집’ 운영 첫날

“혼밥하지 마세요” 누구나 든든히 먹고 정으로 배부른 곳

혼자 밥 먹기 어려운 이라면
아무 조건없이 식사 가능
故 장익 주교 유지 잇기 위해
모두 ‘한삶’ 산다는 지향 담아

발행일2022-05-22 [제3295호, 9면]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가 5월 15일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 식당에서 ‘한삶밥집’ 개소·축복식을 주례하고 있다.


춘천교구가 ‘한삶밥집’을 개소하고 16일 운영을 시작했다. 한삶밥집은 제6대 춘천교구장 고(故) 장익(십자가의 요한) 주교 유지를 이어받아 장 주교가 남긴 돈 일부를 종잣돈 삼아 지난해 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 제안으로 마련한 무료 급식소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우선적 선택이라는 복음 정신을 실천하고, 모두가 ‘한삶’을 산다는 지향을 담아 사랑으로 활짝 문을 연 한삶밥집 개소식과 운영 첫날 현장을 찾았다.

춘천교구 무료 급식소 ‘한삶밥집’ 한 봉사자가 5월 16일 이용자에게 식판을 가져다주고 있다.


■ 모든 이가 하나되는 ‘한삶밥집’

5월 16일 오전 11시, 춘천 약사고개길 23에 위치한 죽림동주교좌성당 식당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동안 신자들만 오가던 장소가 혼자 밥 먹기 어려운 이라면 누구나 드나드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봉사자들은 아침 8시부터 기장밥과 순두부국, 간장 불고기, 감자볶음 등을 요리했고, 이용자들이 찾아오자 “한 명이요~”, “두 명이요~” 하며 들어오는 인원수에 맞춰 음식을 식판에 받아 자리로 가져다줬다. 이곳 ‘한삶밥집’에서 식사한 박영준(예비신자·65)씨는 “미사를 드리고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나누니 왠지 더 정이 느껴지고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며 “혼자 살아서 점심마다 밥 먹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한 끼 먹고 가니 든든해서 좋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식당 앞에는 춘천 시내 각 본당 봉사자들이 찾아왔다. 음식은 필요하지만 이곳까지 오긴 어려운 신자와 비신자 이웃들에게 전해주고자 본당마다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대신 가지러 온 것이다. 이날 도시락을 배달한 최기선(클라라·73·거두리본당)씨는 “아침에 와서 봉사하고 집에 가면 오후가 되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며 “하느님 일, 봉사로 뜻깊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 하나됨, 한삶 지향

춘천교구는 15일 오후 5시 한삶밥집 개소·축복식을 거행하고 이튿날 운영을 시작했다. 한삶밥집은 장익 주교가 교구 사회복지회(회장 김학배 안젤로 신부)에 남긴 돈을 기금으로 한 무료 급식소로, 지난해 1월 김주영 주교가 의견을 내면서 준비됐다. 김 주교는 장 주교가 교구장이던 2000년부터 8년여 동안 춘천공설운동장에서 운영된 무료 급식소 ‘한솥밥 나눔의 집’ 취지와 명칭을 이어받은 무료 급식소 운영을 사회복지회에 제안했다. 이후 춘천 시내 본당 주임 신부들과 신자 등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 봉사자 교육 등이 이뤄지며 한삶밥집이 첫발을 뗐다. 공간은 죽림동주교좌성당 식당을 리모델링해 마련했다.

실제 장 주교는 “빵도 하나 우리도 한 몸”이라며 북한 동포를 지원하기 위한 ‘한솥밥 한식구’ 운동을 펼쳤고, IMF 외환 위기 여파 등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한 ‘한솥밥 나눔의 집’ 축복식을 주례하고 격려금을 전하며 모든 이가 하나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했다. 김 주교 역시 사목 표어가 ‘하나됨·평화’다. 교구장 임명 발표 당일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하나되어 지역사회,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하나됨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역설했다.

김 주교는 한삶밥집 축복식에서도 “가난을 따라 살 때 이기주의를 이겨낼 수 있고, 가난은 비천한 사람, 변두리에 놓인 사람, 어린이 등 가난한 그리스도의 살을 만져 봐야 배울 수 있다”며 “가난한 이, 소외된 이, 병든 이와 한삶을 시작하는 한삶밥집”이라고 강조했다.

한삶밥집 봉사자들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한 봉사자가 이용자의 말벗이 돼 주고 있다.


■ 함께하고 싶은 이 누구나

하나됨과 한삶을 지향하는 밥집이기에 한삶밥집 운영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흔히 무료 급식소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이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삶밥집은 그렇지 않다. 혼자서는 식사를 챙기기 어렵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운영 첫날에도 한삶밥집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부터 사제·수도자·평신도, 지나가던 이에 이르기까지 신자 여부를 떠나 누구나 와서 밥 한 끼를 먹고 갔다. 교구 시각장애인선교회는 월례 회합과 미사 봉헌을 한 후 함께 와서 식사하고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샘밭본당 등도 식당 내 한 끼 나눔함에 후원금을 넣었다. 봉사자들은 단순히 배식을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혼자 온 이들과 마주 앉아 말벗이 됐다.

김학배 신부는 개소식에서 “한삶밥집 운영 원칙은 한삶을 지향하며 순수하게 한 끼 나눔의 마음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면서 “가난한 이들만 오는 곳이 아니라 혼자 밥 먹기 어렵고 소외된 이들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시락 배달도 도시락만 주는 것이 아니라, 안부를 묻고 잠깐이라도 함께하며 소통하는 나눔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교구는 이 같은 사랑 실천을 한삶밥집 2·3호점 등 추후 모든 지구로 확대해 모두가 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자립하는 건강한 삶과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춘천 시내 본당 봉사자들이 ‘한삶밥집’ 도시락을 각자 구역으로 배달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 무엇보다 봉사자 역할 중요

이를 위해 교구는 특별히 봉사자 역할을 강조한다. 춘천지구장이자 죽림동주교좌본당 주임 신호철(토마스) 신부는 “온 집안 식구가 둘러앉는 밥상을 ‘두레반’이라고 하는데, 한삶밥집이 지역사회 두레반이 되면 좋겠다”며 “육신의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닌, 영적으로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신 신부는 “이곳이 지역사회 두레반이 되고,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봉사자 확보와 그들이 역할을 잘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회가 장을 만들어 준 것이고, 한삶밥집은 상업적인 곳이 아니기에 정말 교우들의 봉사 안에서만 운영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구 사회복지회 정미정(마르가리타) 수녀도 “첫날인 오늘은 괜찮았지만, 이용자들이 많아지면 봉사자들도 더 필요할 것”이라며 “담당 본당이 없는 토요일 봉사는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한삶밥집은 매주 월·수·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한다. 월·수요일은 춘천 시내 12개 본당이 번갈아 가며 봉사하고, 토요일은 평일 봉사가 어려운 이 등이 봉사에 나선다. 타 종교인, 비신자도 함께할 수 있다. 봉사자는 조리나 배식, 식판 나르기, 설거지, 자리 안내 등을 맡는다.

※봉사 문의 033-243-4545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후원 안내:
신협 131-021-628060 사회복지회한삶밥집
국민 301201-04-415579 사회복지법인 춘천교구사회복지회
ARS 전화 한 통 5000원
후원 060-700-5020 오병이어


김주영 주교가 한삶밥집 개소·축복식에서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가톨릭신문 원문보기: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69181&acid=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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