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교구장을 지낸 고(姑) 장익(하단 사진) 주교는 시대의 지성이라 할 만하다.그는 10개 국어에 능통했지만 이를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았고 ‘마음에 생긴 성경 이야기’시리즈를 비롯해 ‘불교 유식학 강의’,‘폭력’,‘예수의 길’등 19건의 관련 저서를 펴냈으며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쓴 ‘사랑의 성사’ 등 15권의 책도 번역했다.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위원장으로서 가톨릭미술상을 주관하기도 했다.춘천교구장 재임 시절에는 성당과 교회건축물 19곳을 중창·신축했다.
장익 십자가의 요한 주교의 선종 1주기를 맞아 발간한 ‘장익 주교와 한국 교회건축’은 한국 가톨릭 교회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장익 주교의 글을 비롯해 그를 기리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 실은 책이다.
김정신 단국대 명예교수는 장익 주교가 썼던 글 11편,임홍지 춘천교구 원로사제,최종태 조각가,권영숙 화가,김원 건축가,조광 고려대 명예교수,김영섭 건축가 등 장익 주교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회고 글 8편,장익 주교의 재임 기간 춘천교구 내에 건축한 성당 17곳에 관한 기록을 정리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최종태 조각가는 “우리는 격동하는 시대,그 맨 앞자락 촌치도 물러설 수 없는 위기의 상황 속을 살아왔다.그런 우리들의 시대 그 광장에서 장익이라는 한 사제를 보았다”며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을 만나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성당 건축가들의 글을 통해 강원지역의 성당들의 아름다운 면모와 그들의 치열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김영섭 건축가는 1984년 교황 방문 당시 명동대성당에 냉난방 시설을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장익 주교의 어려운 요청을 수용했다.그는 성당 신자석 공기토출구의 공기저항을 이용하는 대안을 찾아냈고 이 방식은 한국 교회의 표준 냉난방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김주영 춘천교구장은 “건축은 물론 회화와 조각에도 남다른 안목을 지니셨던 장익 주교님은 전례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여러 예술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셨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