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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불신의 아이콘’ 토마스 사도의 믿음


▲ 함승수 신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을 괴롭혀온 난제입니다. 엄마가 있어야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닭이 먼저인 거 같지만, 엄마 닭 역시 알에서 태어나 병아리 시절을 거쳐 성장했음을 생각하면 달걀이 먼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은 ‘보는 것’과 ‘믿는 것’ 사이의 관계에서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어떤 사실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입니다. 즉 자기가 원래 갖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눈으로 보아야만 믿겠다’는 태도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입니다. 신앙은 근본적으로 보고 나서 믿는 게 아니라, 믿음으로써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사도는 사람들에게 ‘불신의 아이콘’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는 동료 제자들의 증언을 듣고도, 자기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모습 때문입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믿고 싶지 않아서 의심한 게 아닙니다. 제대로 믿고 싶어서, 더 분명하고 확고하게 믿고 싶어서 의심한 것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부활하신 주님을 눈으로 구경하듯 ‘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분과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고 싶었던 것입니다. 남이 만난 주님, 남의 하느님이 아니라, 내가 만난 주님, 나의 하느님이 되시길 바란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난 상처를 만지고 그 안에 손을 넣기까지 하는 행위는 상처 입은 당사자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기꺼이 당신 상처를 내어주시리라는 것을 분명히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러지 않으면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말은 ‘불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닙니다. 의심이 많아 믿음에 증거와 대가를 필요로 하는, 세상의 유혹과 감언이설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흔들리는, 하느님의 섭리와 신비를 이해하기도 버겁고 받아들이기도 두려워하는 자신의 약하고 부족한 모습에 대한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러므로 자기는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절절한 고백입니다.

토마스의 바람대로 예수님이 그 앞에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당신 몸에 난 상처를 만져보고 손가락을 넣어보라며 그에게 기꺼이 내어주십니다. 자신을 향한 주님의 특별한 사랑과 자비를 깊이 느낀 토마스의 입에서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고백이 터져 나오게 됩니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한 사람은 자기가 받은 것을 형제들에게 실천합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사랑과 자비가,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 안에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표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고서야 믿는’ 신앙에 머물러 있는 신자가 많습니다. 대단한 기적이 일어났다는 성지, 놀라운 표징을 보여준다는 인물을 찾아다니며 물질적이고 외적인 증거들을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믿음을 깊게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믿음은 ‘보는 믿음’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직접 느끼고 깨닫는 믿음,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함으로써 더 깊어지게 되는 그런 믿음입니다. 그런 믿음을 지닌 사람이 주님 안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원문보기: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799746&path=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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