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피플&스토리]“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소유에 집착하기보다 나누는 삶 추구해야”

by 문화홍보국 posted Jan 11,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플&스토리]“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소유에 집착하기보다 나누는 삶 추구해야”

설정 82년 만에 첫 춘천교구 출신 교구장 '김주영 천주교 제8대 춘천교구장'


21.01.11



◇천주교 춘천교구 제8대 교구장으로 취임한 김주영 시몬 주교가 지난 8일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 춘천교구 제8대 교구장 김주영 시몬 주교 착좌식이 지난 6일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성당에서 열렸다. 신세희기자


신앙이란 삶의 변화와 관계 있는 것
모두 힘겨운 때 내실 다지는 기회로
이웃들과 종교·이념 다를 수 있지만
행복하게 살기 위한 꿈 같이 꿨으면

성당은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곳
교구청 옆 주교관·교육원 담 허물어
시민들 쉴 수 있는 공원·전시관으로
논문 쓰는 등 한반도 평화에도 관심

김주영(51) 천주교 제8대 춘천교구장이 지난 6일 취임했다. 춘천교구 설정 82년 만의 첫 교구 출신 교구장으로 춘천 학곡리 집에서 소양중까지 10㎞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닌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하지만 평범했던 학생이었다. 그는 그 시절 효자동성당을 다니며 사제의 꿈을 키웠다.

장익 주교, 김운회 주교와 함께 오랜 시간 일을 해 온 그는 사실 교구장 임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도망가고 싶을 만큼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교구장이 주는 무게감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운회 주교로부터 춘천교구를 위해 헌신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회초리 같은 말을 듣고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착좌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교구장을 8일 교구장 집무실에서 만나 그가 세우고 있는 춘천교구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과 생각에 대해 들어봤다.

■춘천교구 출신 첫 교구장으로 소감은

“큰 부담이다. 주교품을 받기는 했지만 주교직이라는 힘들고 부담되는 소임 하나 맡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사제들의 으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춘천교구의 한 사제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교구를 알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이 생길 거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물론 안 가본 본당이 없으니 친근하다는 좋은 점도 있다. 그래도 117명 되는 신부들이 많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 주교로 임명되고 대전 보좌주교가 나기 전에 딱 1주일 제일 어린 주교라는 타이틀도 달았었는데 사제 연령층 딱 중간쯤이라 어르신 말씀 귀담아듣고 형제 사제들과 함께 나아가겠다.”

■춘천교구의 자랑을 좀 한다면

“작은 거다. 작아서 교구 사제들도 서로를 다 잘 안다. 재작년 통계에 신자만 9만1,000명이 넘고 62개 본당이 있는데 전부 다 가족 같다. 이를 잘 살리면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를 이룰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또 코로나 때문에 문 걸어 잠그고는 있지만 심성 좋은 동네 편안한 성당이 정말 많다. 성당이 세례받은 종교인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누구나 앉아 있다 갈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오늘은 또 어떤 분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본당을 통해 500만원을 전해 왔다. 어려운 시기, 필요한 사람에 써달라고 우리를 믿고 주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종교계도 위축되고 있지 않나

“마음 아픈 상황이다. 나쁜 일조차 하느님의 섭리라면 무슨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일까 생각했다. 아마 그동안 성장, 발전만 신경 쓰고 자연을 함부로 쓴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 시기를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집에서 기도로 하느님을 만나다가 추후 함께 모였을 때 다짐을 실천할 수 있는 시기로 보내야 한다. 지난해 사목국장으로 있으면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자는 사목연구부도 만들었다. 신앙은 삶의 변화와 상관이 있는 것이다. 삶의 어떤 부분을 바꿔야지 어려운 시기를 지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일단 내 자신만 봐도 최근 이사를 했는데 읽지도 않는 책, 옷가지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누는 삶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사제의 길을 걷게 됐나

“5대째 가톨릭 신앙을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김 주교의 5대 선조는 박해시대 때 실종된 무명 순교자다.) 어릴 때부터 학교는 안 나가도 성당은 빠지면 안 됐다. 기도를 안 하면 저녁에 밥을 안 줬다. 어느 날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미사에 늦었는데 그때 우연히 보게 된 신부님의 동작이 참 멋있었다. 그때 결심했던 것 같다. 남을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것이 보람 있겠다는 의미는 나중에 생각했다. 효자동성당을 다니면서 본 신학생들도 참 멋있었다. 그렇게 신학교에 가게 됐고 열심히는 못 살았지만 여기까지 왔다.”

■사목 방향이 어떻게 되나.

“사목 표어가 '하나됨·평화'다. 사실 단 둘의 의견을 합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우리 모두 다른 게 당연하다. 하지만 더 좋은 지향점을 향해서 대화하고 존중하고 이야기를 듣고 양보하고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평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치된다는 건 꼭 필요하다. 하나 된다는 목적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위해 마음을 합치고 연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 생활에 아무 고통 없어서 좋다'가 아니라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 소외된 계층까지도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

■춘천교구는 분단교구이기도 하다

“통일 사목 관련 석사 논문을 썼고 자발적으로 남북한삶위원회 위원도 맡을 만큼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다. 한 민족으로서 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지 않나. 사실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옆의 사람이 지금 뭐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비상식량 지원 등의 활동을 해 왔지만 현재로서는 멈춰 있다. 하지만 교구 차원에서는 매달 25일 평화를 지향하는 기도를 꾸준히 드리며 방법을 찾고 있다.”

■올해 교구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이 있나

“춘천교구청 옆에 등록문화재인 주교관과 교육원이 있다. 이곳 담을 허물고 시민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공원, 전시관을 만들고 싶다. 전시관에서 신자들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차 한 잔 하면서 천주교의 박애정신이 어떤 것인지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많은 분이 기억하는 성 골롬반 의원이나 지역에서 했던 가톨릭 활동을 알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또 포천에 조선시대 학자이자 신자로서 순교한 이벽 선생 성지가 있는데 이분을 기리는 크지 않은, 경당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강원도민에게 전하고픈 말씀이 있는지

“이 아름다운 강원도의 자연 안에 사는 우리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한 꿈을 같이 꿨으면 좋겠다. 물론 종교도 다르고 이념도 다를 수 있지만 다름 안에서 꿈을 향해 하나 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좋은 꿈을 공유하면서 돕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강원도가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문화체육부 이현정기자
강원일보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aid=221011000000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