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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춘천교구

교회 소식

프란치스코 교황

“기도는 불안을 달래고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8일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에서 기도에 관한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이어가며 성모 마리아를 묵상했다. 아울러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청하는 마리아의 기도 방식을 해설했다. “주님,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당신이 원하실 때,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소서.”

번역 김호열 신부

기도에 대한 교리 교육   15. 기도의 여인, 동정 마리아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기도에 관한 교리 교육 여정을 이어가면서, 오늘은 ‘기도의 여인 동정 마리아’를 만나 보겠습니다. 성모님은 기도했습니다. 세상이 아직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다윗 가문의 한 남자와 약혼한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을 때, 마리아는 기도했습니다. 우리는, 침묵 중에 자신에게 사명을 맡기실 하느님과 지속적으로 대화 중에 있는 나자렛의 소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은총이 가득했으며, 원죄 없이 잉태됐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놀랍고도 특별한 소명, 그리고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폭풍우치는 바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마리아는 역사가들의 책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하느님이 당신 아드님의 오심을 함께 준비하신 겸손한 사람들의 큰 무리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이끌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이 자신의 삶의 여정의 고삐를 잡아주시길, 그리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곳으로 자신을 인도하시길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전적으로 순응했고, 그렇게 기꺼이 따르는 자세와 함께 세상에서 하느님과 관련된 위대한 사건들을 준비했습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아버지의 자비로운 계획 안에서 그리고 예수님 생애 동안 마리아의 지속적이고 사려 깊은 현존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617-2618항 참조).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려고 나자렛에 왔을 때, 마리아는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작지만 위대한 “제가 여기 있습니다”(Eccomi)는 피조물 전체를 기쁨으로 뛰게 했습니다. 마리아의 “제가 여기 있습니다”는 구원의 역사 안에서 다른 수많은 “제가 여기 있습니다”와 신뢰에 찬 순종과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따르는 자세들을 선행했습니다. 마리아처럼 열린 자세, 하느님께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것보다 더 좋은 기도 방법은 없습니다. “주님,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당신이 원하실 때,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소서(Signore, quello che Tu vuoi, quando Tu vuoi e come Tu vuoi).” 곧, 하느님의 뜻에 마음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은 언제나 응답하십니다.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이렇게 기도하는지요! 마음이 더 겸손한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본질적인 겸손으로, 꾸밈없는 겸손으로, 이렇게 기도합시다. “주님,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당신이 원하실 때,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소서.” 겸손한 사람들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매일 매일 골치 아픈 일로 가득해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겸손한 사랑을 통해, 그리고 온갖 상황에서 봉헌한 사랑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 은총의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주님,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당신이 원하실 때,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이루소서. 이는 단순한 기도이지만, 우리의 삶을 주님의 손에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인도하시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주로 침묵 중에 말입니다.  

기도는 불안을 달랠 줄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안합니다. 언제나 우리는 하느님께 청하기 전에 많은 것을 원하며, 즉각 받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불안은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기도는 불안을 달랠 줄 압니다. 기도는 불안을, 하느님을 향한 전적인 순응으로 바꿀 줄 압니다. 저는 불안할 때 기도합니다. 그러면 기도는 제 마음을 열어주고, 하느님의 뜻에 순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동정 마리아는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듣는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예”가 자신에게 매우 어려운 시련들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기도 중에 하느님이 주신 매일 매일이 하나의 부르심이라는 것을 알아듣는다면, 우리는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을 배웁시다. “주님,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 삶의 여정의 매 걸음마다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곧, 우리 삶의 여정의 매 걸음마다 우리와 함께해 주시고, 우리를 혼자 버려두지 마시고, 우리가 유혹에 빠지게 버려두지 마시고, 어려운 순간들에 우리를 버려두지 마시길 주님께 청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님의 기도’의 마지막 부분은 예수님이 주님께 청하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은총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전 생애를 기도로 동행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초기 교회의 첫 걸음에 기도로 함께합니다(사도 1,14 참조). 마리아는 십자가의 스캔들을 겪은 제자들과 함께 기도했습니다. 두려움에 지고, 죄책감에 울던 베드로와 함께 기도했습니다. 마리아는 제자들과 함께, 당신의 아드님이 자신의 공동체 일원으로 부르신 사람들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서 성직자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 곧 그들과 함께 기도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기도합니다. 마리아는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리아의 기도는 곧 이뤄질 미래에 선행했습니다. 곧,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으며,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초기 교회와 함께 기도하며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으며, 성령 강림을 기다리며 교회의 첫 걸음 단계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침묵 중에, 언제나 침묵 가운데 말입니다. 마리아의 기도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단지 한번의 마리아의 기도를 전해줍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체면이 깎이게 될 판인 가엾은 사람들을 위해 당신 아드님에게 청할 때입니다. 이렇게 상상해 봅시다. 결혼식 잔치를 벌였는데, 포도주가 떨어져서 우유로 잔치를 마치게 됐습니다. 이 얼마나 면목이 없습니까! 그러자 마리아는 기도하고, 당신 아드님에게 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마리아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도입니다. 성령 강림을 기다리며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마리아는 기도 안에 현존합니다. 이처럼 교회를 낳으신 마리아는 교회의 어머니이십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하느님의 겸손한 여종의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선물”, 곧 성령이 “태초부터 기다려 오신 승낙을 발견하셨다”고 설명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617항 참조).

동정 마리아의 타고난 여성적 직감은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의 특별한 일치로 드높여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복음서를 읽다 보면 마리아가 때때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존재가 필요한 곳에서, 자신의 마음과 자신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열려 있었습니다. 어머니로서, 제자로서, 조용히 계시는 현존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곳에 함께 계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일을 가장 잘 배운 첫 번째 제자였기에 그곳에 함께 계셨습니다. 마리아는 절대로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오너라, 내가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 대신 항상 자신의 손가락으로 예수님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러한 태도가 제자의 전형적인 태도입니다. 마리아는 첫 번째 제자입니다. 마리아는 어머니로서 기도하시고, 제자로서 기도하십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유년 시절을 전해주는) 복음 구절에서 주님의 어머니를 이 같이 묘사했습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결국 마리아의 가슴 깊은 곳에서 되새겨집니다. 곧, 기쁨으로 가득한 날들,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 또한 구원이 어떤 길을 통과해야 하는지 알아듣기 너무 힘든 순간들 말입니다. 모든 것은 결국 마리아의 마음에 남아 기도의 체를 통과해서, 기도에 의해 변화됐습니다. 그것이 동방박사의 선물이든, 이집트 피난이든, 그 끔찍한 수난의 금요일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하느님과의 대화 안으로 가지고 가셨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리아의 마음을 비할 데 없이 빛나는 진주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기도 안에서 묵상한 예수님의 신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인내롭게 받아들임으로써 다듬어지고 연마된 진주 말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느님 말씀에 열린 마음, 고요한 마음, 순종하는 마음, 하느님의 말씀을 받을 줄 아는 마음과 함께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을 줄 아는 마음은) 교회를 위한 선의 씨앗으로 자라나게 합니다. 

 바티칸뉴스 원문보기: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0-11/papa-francesco-udienza-generale-preghiera-mari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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