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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소식

"‘낙태죄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 자체에 문제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온라인 콜로키움
‘헌재 결정 이후, 낙태에 대한 법적 해석의 변화’

단국대 법과대학 이석배 교수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함에도 기존과 전혀 다른 결론 도출 사회·경제적 사유 판단도 모호”

발행일2020-10-18 [제3215호, 3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올해 말까지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이석배 교수는 10월 6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헌재 결정 이후, 낙태에 대한 법적 해석의 변화’를 주제로 마련한 온라인 콜로키움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기존 판례와 동일한 전제에서 출발함에도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는 “기존 대법원·헌재 판례에서와 동일하게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 특히 생명권 주체성을 인정”했지만, 결론에서는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그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함”으로써 기존 결정에서와 다른 결론을 냈다는 의미다.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당시 헌재는 태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면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고, 따라서 그 성장 상태가 보호 여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교수는 헌재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제적 조화와 균형”이라고 표현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태아 생명권과 임부 자기결정권을 ‘기본권 충돌’이 아닌 ‘기본권 조화’ 문제로 보고 둘 중 임부 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고, 이에 헌법불합치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 결정은 “‘자유 대 생명’이라고 하면 자유가 절대 생명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대립을 우회하기 위해 사용한 ‘레토릭’”일 뿐 “낙태할 때는 임부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태아 생명을 침해하기 때문에 둘은 조화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개념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당사자가 느끼는 정도 차이도 존재하고 이런 차이가 있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미다. 이 교수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누가 판단할 것인지도 문제”라면서 “임신한 여성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면, 그 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유명무실해질 것이고, 시술 의사나 상담자에게 맡긴다면 그 자체로서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 제한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태아 생명 보호’를 ‘공익’으로, ‘임부 자기결정권’을 ‘사익’으로 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헌재는 둘을 공익과 사익으로 달리 보았지만, 임부 자기결정권도 국가 보호 대상이기 때문에 국가 보호 의무 측면에서 본다면 둘을 공익과 공익으로, 개인 기본권 측면에서 본다면 둘을 사익과 사익으로 파악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고, 그 의무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의무가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의무”라면서 “생명권과 관련해 그 의무는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윤리적으로 갈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는 곳이다. 매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명윤리적 논의를 위해 두 차례 콜로키움을 마련하고 있다. 콜로키움은 ‘발표자가 발표한 뒤 참여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토론’을 뜻한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가톨릭신문 원문보기: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47924&params=page%3D2%26acid%3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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