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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고노동자의 특별했던 환갑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2020.07.30 13:59


밥 한 끼 먹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한진지회 조합원들도 그냥 밥 한 끼라고 알았는지 많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밥이 환갑 밥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었습니다. 약간의 술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진지회조합원들이 뒤늦게 준비한 케익의 불도 끄고, 35년 만의 복직이라는 소망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영도조선소 앞에서의 출근선전전 후에는 환갑 떡도 나눴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금속노조 한진지회 조합원들이 마련한 환갑 축하 케익의 불을 끄고 있다. ©장영식

 

환갑 다음 날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특별했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김진숙을 본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조합 부지부장 김계월 씨는 “나에겐 정말 아픔이었던 <한겨레> 신문에 실린 김진숙 동지의 글 대목이 떠오른다. 크레인에서 내려와 겨울을 보내는 김진숙 동지는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못한 동지들을 생각해서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고 잠을 잔다는 글을 보고 그땐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메었다. 오늘 동지를 만나면 뜨겁게 안아주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이 역시 복직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입니다.   

성가소비녀회 조진선(소피아) 수녀가 영도조선소 앞에서 서영섭 신부와 함께 김진숙 복직 투쟁 선전전에 함께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조합 부지부장 김계월 씨가 김진숙 지도위원을 꼭 껴안고 있다. 그이도 복직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다. ©장영식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아주 작은 고을이지만~~~”라며 하얀 머리, 흰 수염의 할아버지 한 분이 구슬프게 노래를 부릅니다. 노랫가락이 어찌나 애절한지요. 할아버지가 가끔 픽픽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 철렁했는데, 지팡이를 짚고 김진숙을 응원해야 한다며 한걸음에 달려와 준 거리의 신부 문정현. 영도조선소 담벼락을 넘어 긴 밤을 함께 울고 웃고 신나게 투쟁하던 신부님의 수염은 더 하얗고 더 길어진 것 같았습니다. 희망버스가 왜 죄냐며 벌금은 못 내겠다며 노역을 살았다는 이야기에 지금은 웃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또 한 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는 말합니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187&page=1&fbclid=IwAR2282-jyeFUknJ9-mKD-T6w6t08dYKN3q0Xeb35IwHU1ET7VIDAXJQPDRg 참조)

문정현 신부는 "정년이 앞두고 있음에도 김진숙은 복직을 하겠다고 한다. 그가 계속 복직 투쟁을 하는 이유는 해고 노동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계속 발생할 해고노동자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오늘은 우리 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장영식

 

이번 기자회견에서의 압권은 영남의료원 박문진 지도위원이 가지고 온 김진숙 지도위원의 신분증이었습니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박문진 힘내라!'란 부채 하나를 들고 대구까지 걸어왔던 김진숙에게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할까를 고민했다"라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신분증을 들고 왔습니다. 김진숙은 기자회견 내내 사번과 소속이 뚜렷했던 신분증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복직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였던 박문진 지도위원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영도조선소 신분증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항암을 하면서 하루종일 토하며 서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할 때, 이 힘든 걸 뭐하러 하나 싶다가도 이대로 죽으면 저승에 가서도 자리를 못 찾아 헤맬 것 같기도 하고, 희망버스 타고 와서 눈물로 손을 흔들어 주고 가시던 그 간절한 손짓들이 눈에 밟혀 버텼습니다”라며 “새벽마다 목이 쉬도록 출근선전전을 하는 지회장과 간부들. 그리고 2011년 울고 웃으며 끝까지 함께했던 희망버스 동지들.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내고 우리 손으로 승리의 역사를 써 봅시다”라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 앞에서 복직 투쟁 승리를 상징하는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쳤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내고 우리 손으로 승리의 역사를 써 봅시다”라며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쳤다. ©장영식

 

이날 기자회견을 기획했던 신유아 활동가는 “2011년 어느 날 85호 크레인 아래에서 신나게 투쟁하며 놀았던 그 날을 재연해 보고 싶었다. 그때는 하늘 위쪽에서 바라만 보았던 김진숙의 몸짓이 오늘은 여기 땅 위에서 함께했다. 이 신나는 투쟁이 올해가 가기 전에, 정년이 지나기 전에 복직이라는 희망 버스에 올라탔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피력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는 "이 신나는 투쟁이 올해가 가기 전에, 정년이 지나기 전에 복직이라는 희망버스에 올라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이는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수 차례 재판을 받았고, 벌금형을 받아야 했다. ©장영식

 

한편, 성 베네딕도회 광안리 수도원에서 이해인 수녀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환갑 소식을 듣고 시집 등을 선물하며 카드 편지를 썼습니다. 특히 이해인 수녀는 김진숙의 항암 소식을 들으며, 마치 당신이 겪었던 투병의 고통을 되새기는 듯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꼭 복직 투쟁이 승리하길 기원했습니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항암과 환갑 그리고 '35년의 꿈'인 복직 투쟁 소식을 듣고, 시집과 함께 편지를 통해 김진숙 지도위원을 위로했다. ©장영식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해고 사유가 되었던 유인물. 이 작은 유인물 한 장이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던 이유였으며, 35년의 해고 이유였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원문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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