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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76. 가톨릭교회와 노동-"노동에 온정을, 아프면 쉴 수 있게”

노동자는 부품 아닌 사람… ‘아프면 쉴 권리’ 누구에게나 있다
「간추린 사회교리」 301항
업무상 무관한 질병과 재해에는 유급휴가·무급병가도 없는 노동법
비정규·단기 일자리 종사자의 경우 질병이 해고의 현실적 사유로 작용

2020-06-28 [제3201호, 17면]

이 신부: 데레사,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데레사: 요새 몸이 안 좋아서 며칠째 회사도 못가고 있어요. 다행히 서울시에서 유급병가 지원을 해 줘서 버티고는 있는데, 작은 회사다 보니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급여를 못 받으면 어머니 병원비에 생활비도 걱정이구요. 이러다 해고될까봐 걱정도 되구요. 요새 아프다고 하면 분위기가 안 좋아요. 근데 몸이 아프니까 참 힘들고 괴로워요.


■ 아픈데 쉬어도 되나요?

현행 근로기준법에 ‘병가’, ‘병가 급여’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같은법 78조의 요양보상에서는 일하는 사람이 업무상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돼 있지만, ‘업무상 무관한 질병이나 재해는’ 상병수당 지급이나 유급휴가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53년부터 상병수당과 유급휴가를 각 국가에 권하고 있으며 UN과 국제보건기구(WHO) 역시 이를 건강한 국가의 핵심요소로 제시합니다.

전세계 186개 국가 중 한국과 미국 포함 11개 국가가 유급병가·상병수당에 관해 법률 없이 오로지 사업장의 자율에만 맡깁니다. 하지만 국내 유급병가·상병수당 보장률은 전체사업장의 7%에 불과합니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적용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은 80.6% 적용, 300~999인 사업장은 71%, 5~10인 미만은 15.5%. 4인 미만은 12.3%입니다. 또한 정규직은 59.5%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18.7%, 일용직은 2.7%로 격차가 심합니다.(한국노동패널 2018년).



■ “감염보다 해고가 더 두렵다”

상병수당이나 유급휴가는 없지만 미국은 질병 관련 해고를 막기 위해 무급병가를 법으로 정하는데(sick-day) 한국은 그마저도 없습니다. 물론 아프다고 무조건 해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력과 시설, 예산이 부족한 고용현장에서는 해고를 향한 묵언의 강압이 되기 쉽습니다. 질병도 해고의 현실적 사유로 작용합니다. 최근 콜센터와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습니다. 사업장 방역수칙 미준수도 원인이었지만, 취약층의 저소득, 단기 일자리 종사라는 특성이 함께 작용했습니다. 장시간, 저임금, 단기 일자리이다 보니 실적과 업무량이 중요했고, 아프다고 밝히는 것은 곧 해고로 이어집니다.

감염보다 해고가 더 두려운 이들은 아파도 쉴 수 없이 일터에 가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 수칙 중 하나인 ‘아프면 3~4일 쉬기’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습니다. 법적 보호도 없이, 먹고살기 위해 바이러스가 있을지 모를 일터로 가야만 하는 비정규직, 단기 일자리, 특수고용 노동자는 오늘날 1000만 명에 이릅니다.


■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 적어도 아프면 쉴 수 있게

코로나는 우리가 못보던 것을 보게 해 줬다고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봅니까? 저는 쇼핑과 소비 뒤의 사람들을 봅니다. 건물을 오르며 밤에도 새벽에도 배송을 하는 분들, 불볕 더위에서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분들. 모두가 하기 싫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외국인 형제분들을 봅니다. 그분들 덕분에 나의 편안한 삶이 유지됨을 봅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땀과 눈물에 비해 너무나 적은 보수를 받고 일한다는 것, 심지어 아파도 일해야 하고, 말도 못하는 사실에 너무나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사회안전망 정비와 확충, 보완도 시급하지만,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의 고생스런 노동이라는 것, 그분들도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것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제도개선을 위한 현실적 어려움이 많겠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아프지 않게 지내시길 기도하고 작은 사랑을 보태야겠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인간 본성과 탁월한 인간 존엄에 바탕을 둔다. 교회의 사회 교도권은 이 권리들이 법체계 안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중 몇 가지 권리를 열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아 왔다. 그것은 곧 정당한 임금에 대한 권리, 휴식의 권리, 노동자들의 신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 환경과 작업 과정에 대한 권리, 자신의 양심과 존엄성이 모독을 받지 않고 일터에서 자신의 인격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실직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적절한 보조금에 대한 권리, 연금에 대한 권리와 노후, 질병, 직업 관련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대한 권리, 출산과 관련된 사회 보장에 대한 권리, 집회 결사의 권리 등이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01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원문링크: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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