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유년시절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 통해 위로·희망 얻기를” …영화 `저 산 너머'로 돌아온 강릉 출신 최종태 감독

by 문화홍보국 posted Apr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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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김수환 추기경 이야기 통해 위로·희망 얻기를” …영화 `저 산 너머'로 돌아온 강릉 출신 최종태 감독

 
2020-4-21 (화) 20면



◇최종태 영화 감독이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오석기 문화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최종태 감독이 신작 영화 `저 산 너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위쪽부터) 김남덕기자


“어른이 그리운 시대/큰 어른이 가셨다//영하의 추위 속에/ 고요한 긴줄(중략)//하늘이 거룩한 바보들을 택해/사람의 역사를 이끌어가듯/말없이 느린 행렬로/난 바보야 난 바보야/가슴 치며 가슴 치며/새벽 강물로 흘러가는 사람들”(박노해 ‘거룩한 바보’ 中)


`거룩한 바보' 김수환(1922~2009년) 추기경의 선종 11주기다. 늘 낮은 곳에 임하며 불의에 맞서 기꺼이 약자의 편에 서 그들의 손을 잡아줬던 시대의 어른. 그를 추억하는 영화 `저 산 너머'가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세암'을 쓴 정채봉 작가의 `바보 별님'과 이를 새롭게 꾸민 `저 산 너머'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시사회에 간 소설가 김홍신씨가 영화를 보고 “1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한꺼번에 다 쏟아버렸다”고 할 정도로 많은 감동을 줬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강릉 출신 최종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6일 최 감독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개봉을 눈앞에 둔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만남은 짧았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1987년 학생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준 김 추기경에 늘 감사
지난해 선종 10주년 맞아 본격 촬영…이달 30일 개봉 앞둬

대관령 삼양목장·강릉 금강송 강원 자연의 아름다움 담아
점점 파괴적으로 변하는 시대…사람들에 영성·동심 전하고파


■이미 오래전에 시나리오를 써 놨다고 들었다=“(김수환)추기경님이 돌아가시고 2주기 무렵이었던 것 같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화) 진행은 잘 되지 않았다. 아이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상업영화 기준으로는 그렇게 매력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후로는 잊고 있다가 추기경님 선종 10주기가 다가오면서 다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를 만든 것이 최감독 자신의 종교와도 연관이 있나=“종교적 연관성이 크다. 84학번이다 보니 명동성당에 대한 추억도 많다. 1987년 당시 추기경님이 큰 방패막이 돼 주셨다. 또 제가 연세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성당에서 준비해 주셨는데 무척 감동을 받았다.


당시 종교적으로 방황하던 저도 많은 위안을 얻었다. 이러한 것들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강렬한 동기가 된 것 같다.”


■영화 원작이 된 고(故) 정채봉 작가의 동화는 언제 접하게 됐나=“책은 추기경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책을 보던 중 만나게 됐다. 책을 만나는 순간 다른 생각들은 싹 사라졌다.


원래는 좀 더 거창한 얘기를 생각했는데 책이 워낙 이쁘게 나와서…. 이걸로 한번 해 보자, 조금 어렵더라도 도전해 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김수환 추기경을 너무 아이의 시선으로 본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추기경님을 자꾸 겪다 보면 모든 시작점과 끝이 어린 시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기경님이 꿈꾸는 천국은 어머니가 있는 고향의 어린 시절이다. 이 동화책만큼 추기경님을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무언가 포장되고 사건 중심의 이야기보다는 추기경님의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동화책이었다.”


■최 감독이 생각하는 것과 원작이 잘 맞았다는 얘기인가=“일단 내 마음이 편했다. 큰 인물을 다루면서 자칫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에 휘둘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아이는 이해하기 쉽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정서 자체가 동심에 많이 치우쳐져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영화감독들과는 다른 그런 차별성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원작, 시나리오와 상관없이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처음에는 솔직히 순진하게 생각했다. 추기경님이 워낙 크신 분이라서 도와주실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투자사는 난색을 표했다.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그쪽 입장에서는 흥행에 문제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난감했다. 하지만 그걸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 무렵 서울대교구의 유경촌 주교님이 마음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주님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도와주신다. 기운 내라”는 문자가 아직도 기억난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풀렸다고 알고 있다=“유 주교님의 문자를 받고 1주일 후에 어떤 분을 소개받게 됐다. 그분이 바로 이 영화에 투자해 주신 남상원(아이디앤플래닝그룹(주) 회장) 회장님이다. 남 회장님을 처음 소개해 준 분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분이었다. 더군다나 남 회장님은 불교 신자였다. 책 `저 산 너머'를 드린 지 이틀 만에 책을 모두 읽고 투자를 결정해 주셨다. 상업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선뜻 30억원을 투자해 준 것이다. 감사 드린다.”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은 없었나=“추기경님의 선종 10주기가 되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해 정신없이 쭉 달려왔다.


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큰 영화가 아니다 보니 캐스팅에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종전에 보던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아니니까 (배우들이)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 같다. 가톨릭신자인 유명 배우들에게 제안했을 때 외면당하니까 섭섭하기도 했다.”


■어린 `수환'의 어머니역 캐스팅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이전부터 이항나라는 배우를 좋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학 후배이고 영화동아리도 함께한 봉준호 감독에게 추천을 부탁했더니 신기하게도 이항나 배우를 얘기했다. 진정성 있게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항나 배우를 어머니 역으로 먼저 정하고, 대학 동기 안내상에게 아버지 역할을 부탁하고, 강신일씨에게도 부탁을 하고…. 이런 식으로 친분으로 캐스팅을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세트를 짓고 영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의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었다.

덕분에 발품을 팔아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강원도에서도 많이 찍었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고, 어린 수환이 여정을 떠나는 장면 등은 강릉의 금강송을 배경으로 찍었다.”


■`저 산 너머'가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나=“영화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영성(靈性), 동심, 자연을 위한 영화다. `어린 왕자'를 생각해 봤다. 1943년, 2차 대전 당시에 나온 책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순수함을 갈망하게 되고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알게 되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점점 파괴적으로 변하는 지금 시대에도 영화 `저 산 너머' 같은 따뜻한 이야기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아주 깊고 넓은 그런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


오석기 문화체육부장


■최종태 감독은
△강릉고-연세대 신학과-동국대 예술대학원 연극영화과 영화전공 
△‘플라이 대디’로 감독 데뷔,
△‘해로’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
△‘6월 항쟁 10주년 다큐멘터리’기획 연출
△전주대 영화학과 강사


오석기 기자

원본링크: http://www.kwnews.co.kr/nview.asp?s=201&aid=220042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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