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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춘천교구

교회 소식

[담화]제97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97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


“한 인류 가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온 교회는 증가하는 이주 현상과 관련된 주제를 성찰하고, 사람들이 그리스도인 환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이 세상에 참되고 항구한 평화를 건설하는 데 주축이 되는 정의와 사랑이 증대되도록 노력할 기회를 갖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하신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단호히 하시는 당부이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초대입니다. 성부께서 우리를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아드님 안에서 사랑하는 자녀가 되라고 부르실 때,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한 형제자매라는 것도 알아보라고 부르십니다.

온 인류 사이의 이 깊은 유대를 바탕으로 저는 올해의 성찰 주제로 ‘한 인류 가족’을 선택하여, 점점 더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는 세상에서 인류 형제자매들이 이루는 이 한 가족에 대하여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이 가족 안에서 정당한 차이를 존중하며 평화롭고 유익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교인들도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받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께서 모든 인류를 온 땅 위에 살게 하셨으니(사도 17,26 참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민족의 기원은 하나이고, 그 궁극 목적도 단 하나 곧 하느님이시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베네딕토 16세, 2008년 제4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항). “좋으신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계획이 모든 사람에게 미칩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 1항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우연히 서로 모여 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남자와 여자로서 따라서 형제자매로서 같은 길로 나아갑니다”(2008년 제4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6항).

같은 생명의 길이라도 이 길을 나아가는 우리의 상황은 서로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 또는 국제 이주, 영구 또는 계절 이주, 경제 또는 정치적 이주, 자발적 또는 강제 이주 등 다양한 형태의 힘든 이주 경험에 맞닥뜨려야 합니다. 여러 사례를 보면, 고국을 떠나는 동기가 갖가지 형태의 박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어서 불가피하게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세계화 현상 자체가 사회 경제적 과정일 뿐만 아니라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점점 더 서로 연결되어 가는 인류 자체”와 연관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회는 이 시대적 과정인 세계화의 참모습과 그 근본적인 윤리 기준이 인류 가족의 일치와 선을 향한 발전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있습니다(베네딕토 16세,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 42항 참조). 그러므로 이민이든 그들을 환영하는 현지인이든 모두 한 가족이고, 교회의 사회 교리가 가르치듯 모두 똑같이 보편적 목적을 지닌 지상의 재화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대와 나눔의 바탕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점점 세계화되는 사회에서 공동선과 이를 위한 노력은 인류 가족 전체, 곧 민족들과 국가들의 공동체라는 차원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렇게 하여 일치와 평화 속에서 지상 국가를 이루는 것은 어느 모로 국경이 없는 하느님 도성의 선취와 예형이 됩니다”(「진리 안의 사랑」, 7항). 이주 현실도 그러한 전망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종 바오로 6세께서 이미 주목하셨듯이,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간의 형제적 사랑의 유대가 약해진 것”(바오로 6세,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66항)이 저개발의 고질적 원인이고, 이주 현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덧붙일 수 있겠습니다. 인간의 형제애는 일치를 이루는 관계, 곧 인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에 기초하여 나와 다른 이들이 맺는 깊은 유대에 대한 경험, 때로는 놀랍기까지 한 경험입니다. 이러한 형제애가 책임감 있게 받아들여지고 실천된다면, 모든 이들, 특히 이민들과 함께하는 친교와 나눔의 삶이 촉진될 것입니다. 또한 형제애는 지역, 국가, 세계의 정치 공동체 안에서 다른 이들에게 그들의 선익을 위하여, 또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 주는 데 힘을 실어 줄 것입니다.

가경자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2001년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습니다. “보편적 공동선은 모든 국수주의적 이기주의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 가족을 포함합니다. 이민의 권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하여야 합니다. 교회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자기 나라를 떠날 수 있고 다른 나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든 인간의 이민 권리를 인정합니다”(요한 바오로 2세, 2001년 제87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 3항; 참조: 요한 23세, 회칙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 30항; 바오로 6세, 회칙 「팔십주년」[Octogesima Adveniens], 17항). 아울러 국가들은 언제나 모든 인간과 개개인의 존엄에 합당한 존중을 보장하는 가운데 이민 유입을 통제하고 국경을 수비할 권리가 있습니다. 한편, 이민들도 현지 국가의 법과 국가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그 나라에 통합될 의무가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인간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합당하게 맞아들이고, 또 인간답고 평화롭게 살고자 새로 이민해 온 사람들과 지역 주민들 양편에 모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2001년 제34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13항).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 안에서 모든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현존은 확신과 희망의 원천이 됩니다. 실제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습니다.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1항)이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의 활동을 통하여 “보편 형제애를 이룩하려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38항). 성찬례는 특별한 방식으로 교회의 중심에서 온 인류를 위한 마르지 않는 친교의 샘이 됩니다. 바로 그 덕분에 하느님 백성은 일종의 거룩한 힘이 아니라 사랑의 탁월한 섬김으로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묵시 7,9)을 포용합니다. 실제로 특히 가장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성찬례 거행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 28항 참조).

이주 현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난민들과 강제 이민들의 상황은 특별히 ‘한 인류 가족’이라는 주제에 비추어 숙고하여야 합니다. 국제 공동체는 폭력과 박해에서 피난한 이 사람들에 대한 분명한 책무를 이행하여 왔습니다. 그들의 권리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안보와 사회적 결속에 대하여 정당한 관심을 기울일 때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공존이 촉진됩니다.

강제 이민들의 경우에도, 우리 자신이 하나의 인류 가족이라는 인식,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지체들이라는 인식에서 생겨나는 사랑의 ‘보고’를 통하여 연대 의식이 자라납니다. 실제로 우리는 서로 의지하고 있고, 우리 모두 인류 형제자매에 대하여, 믿는 이들의 경우에는 신앙의 형제자매에 대하여 책임이 있음을 우리 스스로 깨닫습니다. 제가 이미 말씀 드렸듯이, “난민들을 환영하고 그들에게 환대를 베푸는 일은 모든 사람을 향한 인간 연대의 단호한 표현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불용과 무관심 때문에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2007년 6월 20일 일반 알현, 가르침[Insegnamenti] II, 1[2007], 1158). 이는 곧 강제로 자기 고향이나 고국을 떠나야 했던 이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 그들을 받아들인 나라에서 일하고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그들이 공동선에 이바지하고 삶의 종교적 차원을 잊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끝으로, 저는 광범한 이주 현상 속에서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각별히 생각하며 다시 한 번 기도로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유학생들이 고국에 돌아가 장차 자기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주에 속합니다. 유학생들은 자기 나라와 그들이 수학하고 있는 나라를 잇는 문화적 경제적 ‘가교’이며, 이 모든 것은 ‘한 인류 가족’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러한 확신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지지하여야 하고, 재정적 어려움이나 매우 다른 사회적 상황과 교육 과정을 맞닥뜨릴 때 느끼는 고립감, 적응의 어려움 등 그들이 겪는 구체적 문제에도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한 대학 공동체에 소속된다는 것은 …… 현대 세계를 형성해 온 문화들의 교차로에 서 있는 것”(요한 바오로 2세, 사도좌 정기 방문 때에 시카고, 인디애나폴리스, 밀워키 관구의 미국 주교들에게 한 연설, 1998.5.30., 6항, Insegnamenti XXI, 1[1998], 1116)이라는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바로 학교와 대학에서 신세대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그들은 주로 이 교육 기관들에서 인류를 다양성 안에서 하나가 되라는 부름을 받은 한 가족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웁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민들의 세계는 방대하고 변화무쌍합니다. 여기에는 놀랍고 장래가 기대되는 경험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간과 이른바 시민 사회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비극적인 경험들도 너무 많습니다. 교회에게 이러한 현실은 한 가족을 이루어야 하는 인류의 소명을 더욱 강조함은 물론이고, 인류를 일치시키기는커녕 분열시키고 갈라놓는 힘든 문제들을 부각시키는 우 리 시대의 분명한 표징입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우리 함께 만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다른 이들과 형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합시다. 또한 사회 정치 제도적 차원에서 민족들과 문화들 사이에 상호 이해와 존중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이러한 희망을 가지고, 바다의 별(Stella Maris)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전구를 빌며, 여러분 모두에게 그리고 특히 이민과 난민 여러분과 이 중요한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교황 강복을 보냅니다.



카스텔 간돌포에서
2010년 9월 27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


<원문 Message of His Holiness Benedict XVI for the 97th World Day of Migrants and Refugees (2011), "One Human Family", 2010.9.27.>

* 한국 천주교회의 2011년 이민의 날은 5월 1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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