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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7) 춘천교구 양양성당

전쟁의 비극 딛고 희망으로 지은 하느님의 집





2018. 07. 01발행 [1471호]


 



















▲ 이광재 신부 순교비.



 



















▲ 양양성당 전경. 양양성당은 1950년대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이 춘천교구를 재건할 때 지었던 성당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양양성당 내부는 특별한 장식 없이 단정하게 꾸며져 있다.


 


























▲ 양양성당 표지석. 양양성당은 2017년부터 춘천교구 순례지 성당으로 지정돼 있다.



수려하고 웅장한 설악산 자락에 위치
산사람들은 설악산을 ‘은자의 산’ ‘성인의 산’ ‘기이한 산’ ‘신령한 산’이라 한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덕을 숨긴 성인 같은 그리고 그 산세가 기이하고 영험해 보여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또 육당 최남선은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며 “절세미인이 골짜기에 고이 숨어 있는 산”이라고 예찬했다.
 

백두대간의 주능선인 설악산 한계령 남동쪽에 해돋이 마을 양양(襄陽)이 있다. 이 해돋이 마을 야트막한 언덕 위에 춘천교구 양양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군청길 17. 옛 주소는 성내리 8번지이다. 고려 시대 양양정읍에 성을 축성하고 4개 대문을 지어 성내(城內)라 해 성내리가 됐다고 한다.
 

양양성당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연중 내내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설악산처럼 수줍게 숨어 있다. 군청 도로변 골목길로 쑥 들어가 언덕에 올라서야 비로소 성당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양성당의 첫 모습은 단아하다. 선비 같다는 느낌이다. 알려진 것만큼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눈에 띄지 않지만 고고한 자태를 뿜어내는 은은한 기품을 양양성당은 품고 있다.
 

양양성당은 1954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맥고완 신부와 설리번 신부에 의해 지어져 봉헌됐다. 미군의 지원을 받아 한 해 앞서 속초성당을 지었던 기술자들을 동원해 양양성당을 지었다.
 

6ㆍ25 전쟁 당시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불을 질러 잿더미로 변한 성당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양양 신자들은 자원해 성당 공사를 도왔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신자들은 끼니 한 끼 제대로 때울 형편이 못돼 밥 대신 물로 배를 채우면서 하느님의 집을 짓는 데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양양성당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주고 축복해 주실 것이라는 신자들의 믿음과 희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이다.

양양성당은 이 시기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선교사들이 강원도 일원에 지은 장방형 시멘트 벽돌조 건물로 지어졌다. 종탑의 첨탑은 성당 입구 지붕 위 4각 종탑 위에 브로치형으로 장식돼 있다. 성당은 1995년 제대 부분을 완전히 헐어내고 증축하는 개보수 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제대를 중심으로 배열된 2열의 회중석이 흐트러짐 없는 선비의 내면을 보는 듯하다. 또 회중석마다 양쪽 끝에 성경을 비치해 놓았다. 이 본당 신자들이 얼마나 거룩한 독서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하고 있는지 웅변해 준다.



 

2017년에 교구 성지로 선포

양양성당은 6ㆍ25 순교자 제3대 주임 이광재(티모테오) 신부 기념 성당이다. 춘천교구는 2017년 양양성당을 교구 성지로 선포했다. 성당 곳곳에 이광재 신부를 현양하는 기념비와 동상, 순교각, 순교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또 양양본당 제2대 주임 순교자 유재옥(프란치스코) 신부와 양양본당 출신 첫 사제인 순교자 김교명(베네딕토) 신부의 순교비도 세워져 있다. 유 신부는 1950년 6월 해주 앞바다 백사장에서 생매장돼 순교했고, 김 신부는 1950년 6월 정치보위부원에게 연행된 후 행방불명됐다.
 

전쟁의 비극과 6ㆍ25 순교자들의 순교 정신이 배어 있는 양양성당은 우리 민족의 수난과 교회의 고통을 함께 견뎌낸 하느님의 집이다. 남북의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기 위해 화해하고 이 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양양성당을 찾아 우리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이광재 신부(티모테오,1909~1950)

1936년 사제품을 받고 풍수원본당 보좌를 거쳐 1939년 7월 양양본당 제3대 주임으로 부임. 해방 후 38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갈라짐. 38선 이북의 양양에 소련군이 주둔하면서 성당을 빼앗김.

양양성당은 38선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이어서 이 신부는 함흥교구와 연길교구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 신자들의 월남을 도움. 이 신부는 양양성당과 신자 집에 남하한 이들을 은신시킨 후 육로 3곳과 해로 1곳을 이용해 모두 월남시킴. 춘천교구는 2008년 이 길을 ‘38선 티모테오 도보 순례길’로 조성하고 해마다 10월 8일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신부는 1950년 6월 24일 북한군에 체포돼 원산 와우동형무소에 3개월간 갇혔다가 10월 8일 총살형을 받고 순교했다.

미 해병대 월거 신부와 머디 신부가 이광재ㆍ김봉식 신부의 유해를 수습해 원산성당 뒷산 성직자 묘지에 안장했다. 현재 춘천교구 죽림동주교좌성당 성직자 묘역에 이광재 신부의 가묘가 조성돼 있다.



 

글·사진=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


원본링크: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725397&path=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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